이준석 "선동 그만" vs 장혜영 "젠더갈등 조장"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2021. 11. 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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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장혜영의 '페미니즘' 논쟁 다시보기

(시사저널=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페미니즘과 관련해 설전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페미니즘' 논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장 의원은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라"고 주장했고, 이에 이 대표는 '고유정 사건'까지 거론하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사라져야 한다"고 맞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당 논쟁은 장 의원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작됐다. 장 의원은 최근 한 30대 남성이 연인의 이별통보에 격분해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거론하며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 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별 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페미니즘이 싫은가.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말라.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이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며 우려를 표한 장 의원의 발언 기사를 저격하며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며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토막살인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에 투기한 사건을 보고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반유대주의부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스테레오타이핑(내집단의 편견에 따라 평가)과 선동에서 시작한다"며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촉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의 해당 글이 올라온 직후, 장 의원은 21일 재반박하는 글을 올리며 맞대응에 나섰다. 장 의원은 "또 하던 버릇 나오시네요. 젠더갈등 조장하는 일등공신이 이런 소리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면서 "여성들이 교제살인으로 죽어가는 문제에는 관심 없고 '페미니즘' 네 글자에 꽂혀서 조선인 우물까지 끌고 오는 거, 너무 볼품없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끌고 와봐야 차별금지법 제정하자는 소신 하나 못 지키면서 뭐 그리 혓바닥이 기나"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또 장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글을 또 게재하며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고유정 때문에 여친한테 살해당할까 봐 걱정하며 사나. 여친과 헤어지며 '안전이별' 검색하나"라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장 의원은 "젠더기반폭력에 대해 관점이 없고 안티페미 선동에만 관심이 있으니 본질을 포착 못 한다"며 "본인 권력욕의 만분의 일이라도 여성의 생명안전에 관심을 두었다면 스토킹 범죄나 교제살인과 페미니즘을 '엮네' 어쩌네 하는 무식한 소리는 차마 못하실 텐데"라고 이 대표를 향해 대립각을 계속 세웠다.

이어 그는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이다. 이건 개념 문제가 아니라 팩트다. 이걸 성별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은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의 안티페미 선동 활약으로 젠더기반폭력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무조건 페미니즘 얘기만 나오면 젠더갈등으로 몰아가는 통에 이제는 피곤해서라도 다른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발언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 대표의 태도를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안티 페미' 선동을 할수록 좋아하는 건 젠더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고 죽어가는 건 여성들"이라며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여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감과 신중함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경솔하고 무지한 발언에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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