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집값 안정세'는 섣부른 낙관"

2021. 11. 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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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대화' 전문가 진단
집값 혼조, 안정 단언 어려워
주택공급은 '실행력'이 관건
대출규제 완화땐 재상승 우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지역 아파트 일대. 박해묵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집값이) 상당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놓은 데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섣부른 낙관론’일 수 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시장 불안을 해소할 핵심 방안으로 꼽은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실행력이 담보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2·4 대책 같은 것이 조금 더 일찍 시행됐다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공급 부족’ 문제를 부동산 시장 불안의 핵심 원인으로 평가했다.

그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인허가 물량도 많고 앞으로 계획되고 있는 물량도 많아 앞으로는 공급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며 “거기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고, 정부는 남은 기간 하락 안정세까지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을 ‘투기 세력’이 아닌 ‘공급 부족’으로 꼽은데 주목하면서도, 현 시장 상황을 ‘안정세’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시장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일 뿐 하락 전환이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너무 많이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감과 대출규제 때문에 무주택자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지금껏 그렇게 올랐는데 가격 안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면서 “다만,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거래절벽으로 지역별로 신고가도 나오고 신저가도 나오는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정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기간 급등한 가격이 최근 다소 주춤한다고 ‘안정’이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전월 대비 하락을 목표로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작년부터 집값이 과도하게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 전월 대비 하락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과도한 상승분에 대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은 실행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정부가 약속한 공급 물량은 200만가구에 이르지만, 가시화된 물량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서울 중심부의 재건축·재개발 등을 막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 등 외곽에만 공급을 집중하는 방안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권 교수는 “공공재개발·재건축,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등 종류는 많지만 언제 입주할지도 알 수 없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엄밀히 말해 2017~2019년도 주택공급량은 전 정부가 공급한 입주물량이지 이번 정부가 노력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6·17, 8.4, 11·19 대책에 이어 올해 2·4 대책까지 나왔는데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주택 공급 계획을 2~3개월마다 내놓았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중요한 것은 총 물량이 아닌 얼마나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느냐다”라며 “200만가구를 연평균 50만가구라고 보면 4년 동안 공급할 물량인데 수요에 대응해서 매년 꾸준히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시내의 주택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막아놓고 토지보상도 못 끝낸 3기 신도시에서 주택공급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이 책임연구원은 “대다수의 주택 수요자들은 서울 아파트를 원하는데 재건축은 재초환과 안전진단으로 활성화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남은 방법은 리모델링 뿐인데 이건 세대수가 크게 늘어나진 않아 공급 측면에서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정책은 노후화, 멸실, 저품질 등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었다”고 짚었다. 아울러 “3기 신도시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30만가구가 사는 1기 신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다음 정부가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이곳에 좀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밀도 조정 논의를 시작해줬으면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남은 임기 동안 섣부른 규제 움직임은 삼가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이미 규제가 겹겹이 쌓인 상태에서 또다른 규제를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 수요 관망에서 대선 등을 앞두고 다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들을 잘 관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영경·김은희·이민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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