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감당 안돼" 월세 난민 속출..임대차법 2년차 내년 8월 이후 더 문제
월세 평균 123만원..강북권 117만원 강남권 129만원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169건으로 집계됐다. 1∼11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건수로, 종전 최다 거래량은 지난해 기록한 5만4965건이다.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를 망라한 전체 월세 거래량은 이미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5만4965건)을 넘어섰다.
최근 월세 거래 증가 추이를 감안할 때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정해진 법정 기한 없이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된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올해 1∼11월 월세 거래 비율은 36.4%를 기록함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직전 1∼11월 최고치는 2016년의 34.7%였다.
서울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금천구의 경우 올해 들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2018건으로 작년 11월 말까지의 월세 거래량(504건)의 4배를 넘어섰다. 금천은 서울 25개 구 가운데 월세 비율(59.1%)이 전세 비율(40.9%)보다 높은 유일한 곳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세 거래가 폭증한 원인으로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을 꼽는다. 이 법 시행 직후부터 전셋값 급등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대출까지 막히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상승한 전세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르면 내달부터 시행하는 12억~15억원 이상 고가 전세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조치도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 대출 규제 기준이 12억원으로 정해진다고 가정하면, 시세 15억원짜리 전셋집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은 12억원만 설정해 대출을 실행하고 나머지 3억원은 월세로 돌리는 식의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월세 거래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기준 123만4000원으로, 지난해 10월(112만원)보다 10.2% 올랐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80만2000원으로 80만원을 돌파하며 1년 전 대비 상승률이 12.5%에 달했다.
강남 등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전용 84㎡ 아파트의 월세가 400만~500만원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낮은 금천구 내 독산동중앙하이츠빌 전용 84㎡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5만원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이 단지는 지난 2월까지만해도 같은 액수의 보증금으로 월세 80만~100만원이면 월세 계약이 체결됐었다.
이 아파트 인근의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도 못 받는 사람이 많아서 세입자들은 주로 월세나 반전세를 찾는다"며 "대출금리도 올라서 대출이자를 내나, 월세를 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전세를 월세를 돌려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 흔히볼 수 있는데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기준 129만4000원으로,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117만2000원보다 12만2000원 높았다.
대치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월 임대료를 세금이 오른 만큼 최대한 높여서 받으려고 한다"며 "조세 부담 전가가 시간문제인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월세 세입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결과적으로 서민들만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3법과 저금리 등으로 점차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임대차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내년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돌아오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월세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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