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준석은 '젠더 살인' 본질 왜 은폐하나. 당의 미래 생각하라"

김동환 2021. 11. 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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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이별 통보' 여친 살해 기사에.."페미니즘 싫으면 여성 죽이지 말라" / 이준석, "선거 때 되니 범죄 페미니즘과 엮어" 반응 / 진중권, "공당 대표가 데이트 살인 바탕에 '성차별 의식' 깔린 사실 부정"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2일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 바탕에 성차별 의식이 깔렸다는 사실을 부정한다’는 말로,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글에 ‘선거 때가 시작되니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된다’고 반응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새벽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준석 대표는 젠더 살인의 본질을 왜 은폐하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 바탕에 성차별 의식이 깔린 것을 인정해야 이런 범죄를 근절할 길이 보이는데,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은폐하는 짓을 공당의 대표가 하고 앉아 있다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20일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 아파트 아래로 떨어뜨려 살해한 30대 남성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는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고,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며 “이 범죄의 이름은 ‘아파트 살인’이 아니라 ‘교제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이튿날 이 대표는 장 의원의 발언 기사를 SNS에서 공유하고, “선거 때가 시작되니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된다”고 반응했다. 이어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과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이에 진 전 교수는 이 대표가 ‘젠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해당 사건의 본질을 극구 부정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남성이 교제하는 여성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난다”며 “살해의 이유는 대부분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헤어지자’는 게 사람을 죽일 이유가 되느냐”며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데이트 살인의 동기는 ‘젠더’에 있다면서, 진 전 교수는 “여성을 독립적 인격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바라보니 헤어지자는 말에 ‘내가 못 가질 바엔 차라리 파괴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젠더 살인’으로 이 사건이 해석되는 명백한 사실을 이 대표가 부정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공당의 대표라면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하는 일이 고작 남초 커뮤니티에 죽치는 안티 페미들 심경 관리해주는 것이었느냐”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 “이준석 대표는 그 수법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다”며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은 수의 표를 갖고 있다. 본인의 입지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생각하라”고 직격했다.

진 전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자신의 SNS에서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추라’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평하게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글도 좀 퍼나느라”면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를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서도 “안티 페미 남성 표들 노린 꼼수라는 거 본인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분을 참지 못한 듯 “도대체 이게 대통령 선거냐”며 “여성이 성폭력, 스토킹, 데이트 폭력, 젠더 살인의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건 당신들의 책임이자 의무인데,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개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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