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고민정 주장한 '블라인드 채용' 한국에만 있다?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1월 20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고민정 주장한 '블라인드 채용' 한국에만 있다?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이 내용도 좀 갑론을박이 있었던 내용이에요.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블라인드 채용이 없었다면 내가 KBS에 입사할 수 있었겠나'.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 과정에서 '출신지·학력·성별·인종·신체조건·가족관계' 등 불합리한 차별과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은 제외하고, '실무 능력'만을 평가해 채용하는 방식이죠. 이번에 대부분의 언론들이 고민정 의원이 주장하는 블라인드 채용 관련보다는 학교 언급에 집중해 보도했는데요. 사실 학교 언급보다 중요한 게 고 의원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블라인드 채용이 정말 효과도 입증됐고 법제화할만한 거냐는 겁니다.
◇ 김양원> 우리 공공기관들이 채택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 긍정적 효과는 많이 알려졌죠?
◆ 송영훈> 네, 대표적으로 '특권 대물림' 방지 효과가 있습니다. 지원자 가족의 재산, 직업, 학력을 밝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8월 '사람인'이 구직자 1,578명을 대상으로 '채용 공정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39%'가 '채용과정에서 불공정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항목은 가족관계, 학벌 등 '직무와 관련 없는 질문을 받은 경험(42.4%)'이었습니다. 또 비명문대 출신 지원자들이 합격률이 높아지고, 공공기관의 대졸 여성 채용 비율도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한 마디로 다양한 인재 채용이 가능해지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 김양원> 그런데, 이 블라인드 채용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 송영훈> 아닙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도입하는 해외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7년, 캐나다는 "소수 민족의 이름을 가진 지원자보다 영어 이름을 가진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40%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연방정부 6개 부처에서 채용을 진행할 경우 입사지원서에 지원자 성명 기재를 금지하고, 인종 및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2010년, 독일 연방정부는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이름, 연령, 성별, 외모 등을 알 수 없는 익명화된 입사지원서를 채택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 및 이민자에 대한 면접 요청 확률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은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딜로이트 영국지사가 지원자의 출신 학교를 보지 않고,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채택했습니다. 또한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08년부터, 기자 선발 시 지원자의 배경과 학력을 보지 않는 채용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 김양원> 해외의 블라인드 채용 사례도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는 지적은 어떤 것이 그런가요?
◆ 송영훈> 크게 두 가지가 주로 지적되는데요. 하나는 해외의 블라인드 채용이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블라인드 채용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공정 채용의 현실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자료를 보면, "해외 주요 국가 중 공공부문에서 채용을 진행할 때 지원자의 출신 학교, 전공, 학점 등이 드러나는 것이 공정성을 저해한다고 간주하고 이러한 정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사례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즉,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학점까지 노출을 금지하는 한국형 블라인드 채용은 '이례적인 형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당 연구에서는 "영국의 딜로이트는 지원자의 학점 등의 요인을 적극 참조해 비명문대일지라도 학업 수행을 성실히 한 지원자의 노력을 인정"하며, "영국 공영방송 BBC도 지원자의 학점까지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군에서 경력있는 '전문가'를 채용해야 할 때, 학력까지 비공개인 '한국형 블라인드 채용'이 문제가 된다는 의견입니다.
국내 한 국책연구원이 소셜 미디어에 소개한 내용을 보면, "지원자가 어느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받았는지, 공동 연구는 어떻게 했는지, 어느 연구실에서 어떤 지도교수와 연구했는지도 알 수 없고, 추천서를 받아서도 안 된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원자 중 절반이 실무 경험도 없었다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김양원> 블라인드도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성별이나 학력, 지역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맞지만 블라인드를 이유로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할 척도도 모두 가려버리는 것은 오히려 적절한 인재 발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군요.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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