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익률 60% 보장" '종로'서 노인들 노후자금 노린 사기

황예림 기자, 이사민 기자 2021. 11.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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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와. 또 올 시간 됐네."

서울 종로구 한 상가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시계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금 거래소가 즐비한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지난 7월부터 3달에 걸쳐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광명서 관계자는 "지난 15일 고소인 진술을 받았다"며 "진술을 토대로 수사한 뒤 종로서에 사건을 이첩할 예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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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 건물에서 A씨(59)가 운영하던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사진=황예림 기자


"노인들이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와. 또 올 시간 됐네."

평일인 지난 12일 정오를 조금 넘은 시각. 서울 종로구 한 상가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시계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경비원은 취재진을 향해 "당신도 돈 받으러 왔나"라고 물었다.

노인들이 해당 상가로 매일 삼삼오오 모여드는 이유는 A씨(59)를 만나기 위해서다. A씨는 금 거래소가 즐비한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지난 7월부터 3달에 걸쳐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망할 수 없는' 금 사업?…서울 종로·경기 광명 경찰서에서 동시 수사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 경기 광명경찰서는 각각 이달 초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일본에 금을 수출해 얻은 수입으로 원금을 60% 이상 불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는다.

광명서 관계자는 "지난 15일 고소인 진술을 받았다"며 "진술을 토대로 수사한 뒤 종로서에 사건을 이첩할 예정"이라 말했다.

최모씨(65) 등 피해자 발언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인근에 60~70평 규모의 사무실을 차려놓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A씨는 투자 상담을 받으러 온 피해자들에게 "일본에 10억원어치 금을 수출하면 4억~5억원은 회사 몫으로 남는다"며 본인 회사를 "망할 수 없는 사업'이라 소개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최소 투자 금액인 650만원을 넣으면 4~5개월 안에 1000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단기간에 60%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한 셈이다.

초기 피해자들은 첫 2달 동안 투자 수당으로 하루 10만원씩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A씨에게 더 많은 지인을 소개한 이들에게는 더 높은 수당이 지급됐다. 그러나 이는 실제 사업 수익이 아닌 새로운 투자자에게서 얻은 돈으로 마련한 자금이었다.

지인 10명 이상을 A씨에게 소개했다는 피해자 A씨는 "(높은 수당을 받아) 원금을 회수하긴 했다"며 "그러나 지인 10명의 피해액을 합치면 약 1억원"이라 말했다.

A씨는 지난 9월부터 수익금 지급을 미루다 지난달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고 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약 200명으로 총 피해금액은 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인'…"돈 못 받을까 신고도 못 해"
지난 11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인 진술을 하기 위해 출석한 피해자 김모씨가 고씨가 제작한 금 거래소 모바일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가입일자, 투자 금액(지급액), 추천인 수 등이 나와 있다. /사진=황예림 기자

A씨에게 속아 돈을 날린 피해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은행 금리가 '제로(0)'에 가깝게 떨어진 상황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해 노후자금을 마련해보려던 이들이 범행에 걸려들었다.

지인과 함께 650만원을 투자했다 날린 최모씨는 "사무실을 처음 방문했을 때 A씨가 칠판에 글을 써가며 수익 구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며 "일반적인 다단계 회사처럼 물건을 팔게 했으면 속지 않았을 텐데 금을 파는 회사라고 해서 쉽게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특히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털어 넣은 피해자들은 경찰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구속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피해자 현모씨는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억 단위를 투자한 할머니들이 있다"며 "그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무실 앞에서 매일 고씨를 기다리곤 한다"고 말했다.

몇몇 피해자는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A씨가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피해자 50명을 모아 A씨와 사업 총괄실장 손모씨 등을 형사고소할 계획"이라 밝혔다.

머니투데이는 A씨와 손씨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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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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