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준석, 안티페미 심경관리하나.. 당의 미래 생각하라"

김가연 기자 2021. 11. 2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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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선일보 DB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겨냥, “이 대표는 그 수법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지만 대선은 집안잔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30 여성들은 표가 없다고 믿는 건가.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은 수의 표를 갖고 있다. 본인의 입지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생각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젠더 살인의 본질을 왜 은폐하려 하나”라며 “공당의 대표가 그 살인의 명백한 ‘젠더적’ 성격을 부정하고 나선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이 끔찍한 범행의 동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 복수심에 따른 보복살인? 아니면 단순 과실치사? ‘젠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이 범죄의 본질을 극구 부정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남성이 교제하는 여성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살해의 이유는 대부분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대체 ‘헤어지자’는 게 사람을 죽일 이유가 되나. 이별을 통보 받았다고 어디 여성이 남성을 죽이나.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이게 이 대표의 말대로 그저 우연에 불과한가”라며 “결국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의 동기는 ‘젠더’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독립적 인격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바라보니, 헤어지자는 말에 ‘내가 못 가질 바엔 차라리 파괴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날로 심각해지는 데이트 폭력과 데이트 살인의 유일한 동기인데, 이게 젠더 살인이 아닌가”라며 “이 대표는 왜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나”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런 범죄를 막으려면 남성들이 가진 그릇된 인식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헤어지자는 말에 여성을 때리거나 죽여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며 “그리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버릇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남성들 사이에 꽤 널리 퍼져 있다. 그 남성들 속에 물론 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남성은 눈처럼 순결한데 일부 남성만이 문제인가? 그럴 리가 있나.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는 수많은 명도의 회색들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범죄는 그보다 덜 극단적인, 그리하여 매우 평범한 차별의식의 토양 위에서만 저질러질 수 있는 것”이라며 “남자들은 택배상자를 그냥 버리지만, 혼자 사는 여성들은 거기에 붙은 주소를 떼어내고 버린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여자들이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고 비난할 수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한 여성이 부주의하게 택배상자를 버렸다가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주소를 떼어내고 버렸다면 그녀는 지금 살아있을 것”이라며 “공당의 대표라면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하는 일이 고작 남초 커뮤니티에 죽치는 안티페미들의 심경 관리해주는 것이었나”라고 했다.

이어 “또 하나 참기 힘든 것은 허접한 개드립이다. ‘고유정’ 얘기를 하는데 남편을 죽인 아내의 수와 아내를 죽인 남편의 수. 어느 쪽이 많나. 남녀 간 살인 사건의 압도적 다수에서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다.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을 넘어 압도적인데 단순한 우연, 혹은 통계적 착시인가”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동전을 던지는데 계속 앞면만 나오는 사태의 원인을 그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나. 어쩌다 한번 뒷면이 나온 것으로, 그 압도적인 비율의 차이가 설명이 되나”라며 “헛소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아도 그게 왜 헛소리인지 설명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일이다. 이 대표가 늘어놓는 궤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개소리를 내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골빈 안티페미들이 왕왕 짖어대며 호응해 주기 때문”이라며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의 바탕에는 성차별 의식이 깔려 있다. 그것을 인정해야지 이런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부정하고 은폐하는 것은 앞으로 이 땅에서 계속 여성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용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짓을 공당의 대표가 하고 앉아 있다는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추라’는 글을 퍼나르고, 국민의힘 후보는 성폭력 신고 무고죄 형량을 강화하겠단다. 이리저리 변명하나 안티페미 남성들 표를 노린 꼼수라는 거, 본인도 부정하지 않을 거다”라며 “그렇게 살지 말라. 도대체 이게 대통령 선거인가? 미쳤어, 다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이 대표와 진 전 교수는 최근 발생한 여성 대상 범죄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의 이준석 리스크 현실화”라며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쉴드 치고 나서나.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 놓은 듯”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이다. 살인 사건을 gender-neutral(성 중립적)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이슈화 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 하는 시도”라고 하자, 진 전 교수는 “젠더 살인인데 젠더 뉴트럴하게 보라는 개소리는 웃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교제살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비가 50:50이라면 모를까? 이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당무우선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안티페미 마초들 지지가 필요해 알면서 하는 개소리인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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