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기 중 최고 성과는 韓 위상 TOP10.. 아쉬운 건 부동산"
"일일 확진자 5000~1만명 예측 대비
방역상황 위급해질 가능성 배제 못해
5∼11세 백신, 안전하다 판단 땐 접종"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선별지급 무게
6개월 남은 임기 속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정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공언했고,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은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위주 선별지급에 더 무게를 뒀다.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고 대선 후보들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문 대통령은 21일 KBS에서 열린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 일상으로’에 참석해 일반 국민 200명과 질의응답 과정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일상회복 3주 진단 및 확진자 증가 대응책 △양극화, 가계부채, 부동산 등 민생경제 △포스트 코로나 과제 등 3가지 분야에서 국민들의 질문을 받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1월부터 시작 중인 ‘단계적 일상회복’에 “조금 조마조마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예상보다는 낮은 확진자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5일째 3000명이 넘는 확진자 수인데, 정부는 (확진자 수가) 5000명에서 1만명까지 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대비했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핵심 의제였지만 민생경제 사안에 대한 질의도 또 다른 중요한 주제였다.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부동산 대책 부분에 대한 답변에서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주택공급 대책이 좀 더 일찍 시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인식을 보이면서 다음 정부에선 더 안정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공급량 증대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인식이다.
소상공인 지원책, 재난지원금 지급, 문화예술인 지원, 지역균형발전과 같은 민생경제 사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커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부 대책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문 대통령은 정부 관심을 약속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와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 임대지원정책의 하나로 공공임대 제도를 검토해보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큰 성과에 대한 질의에는 대한민국이 ‘탑(TOP)10’ 국가로 올라섰다며 경제, 민주주의, 문화, 방역 등에서 다른 나라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성취는 역대 모든 정부의 성취고 결국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이 노력해 이룬 성취”라는 말로 국민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이자 ‘일상으로’를 주제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패널로 참가한 한 장년층 여성이 이같이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기 안산에 공공의료원이 설립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물은 뒤 나온 돌발 발언이었다.
남색 정장 차림에 파란색 사선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12분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방송사이자 생방송 중계를 한 KBS 스튜디오에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오른손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답변하면서도 간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국민과의 대화라는 취지에 걸맞게 패널들의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지속적으로 눈을 마주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책을 묻는 대학생 패널의 질문에 답변하기 전 “허…”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발언을 앞두고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 남성 패널이 문 대통령에게 화면상으로나마 자신의 아들한테 인사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2019년 문 대통령의 첫 국민과의 대화 때처럼 공개회의인 ‘타운홀’(town hall)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대 중앙에 문 대통령과 사회자가 자리 잡았고, 패널들은 무대를 둘러싼 원형 계단식 좌석에 앉았다. KBS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연령과 성별, 지역 등을 고려해 선정한 국민 300명이 온·오프라인 패널로 참여했다. 이 중 200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로 선정했으며, 백신 미접종자 등 나머지 100명은 화상으로 연결해 질문을 받았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초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이 많이 지친 만큼 대국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의 성공을 위한 국민 의견을 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임기 말로 접어든 문 대통령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여론을 환기하고 다시 한 번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냔 해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위드코로나’ 시행 후 연일 확진자가 3000명이 넘고,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패널들의 질문과 문 대통령의 답변이 현실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채 겉돌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은 혹평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 관련 질문과 답변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는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정부의 성과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발언들이 경악스럽다”며 “문 대통령이 여전히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본인만의 유토피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2019년 국민과의 대화 재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도형·이창훈·김현우·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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