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양당 대선 후보 'SNS'에 남긴 '말의 자취' 분석했더니
'빅카인즈' 이용 이재명·윤석열 페이스북 게시 글 '형태소' 분석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 어떤 '말의 자취'를 남기고 있을까.
<더팩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양당 대선 후보의 당 대선 후보 확정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의(윤 후보: 11월 6~12일, 이 후보: 10월 11~17일) 페이스북 글 전문을 살펴봤다. 지난 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BIG Kinds)'를 이용해 두 대선 후보의 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일주일간 '페이스북' 공식 계정(캠프 계정 제외)에 게시된 글을 형태소(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 단위로 분석했다.
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 일주일간 윤 후보는 7개의 글을, 이 후보는 13개의 글을 썼다.
◆尹 페북엔 첫 행보에 따른 '김대중', 민주당 저격 '국가재정' 등 키워드 들어가
우선 윤 후보의 페이스북 글을 형태소 단위로 분석했다. 빈도순으로만 봤을 때 상위 15개 키워드를 뽑아봤다. 김대중·한일·대통령·재정·국가(9회), 국가재정(8회), 민주당·정권교체·대장동·나라·교체(7회), 한일 관계·정부·과거·선언(6회) 등 순이다.
윤 후보가 사용한 단어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들어간 것은 당 대선 후보 당선 이후 첫 행보 때문이다. 지난 11일 윤 후보는 전남 목포에 위치한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에 방문했다. 당시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1대 총리로 재선출 됐다. 뉴스를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했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재정에 대한 언급의 경우 윤 후보가 지난 9일 '국가재정은 정치자금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당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 마련을 위해 세금 납부 유예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민주당에 "'카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가? '세금깡'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저격했다. 이 밖에도 "국가재정 운영의 기준은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민적 필요"라며 "민주당은 국가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언급 빈도가 아닌 맥락을 고려해 중요한 키워드를 선별했을 때도 결과는 유사했다. 앞서 말한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관련 단어들이 포진했고, 민주당의 재정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단어들, 그리고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사용한 단어들도 줄을 이었다.
빅카인즈 키워드 분석 결과 윤 후보의 페이스북에서 사용된 단어 중 상위에 랭크된 것은 '김대중·한일·대통령·재정·국가·국가재정·민주당·정권교체·대장동·나라·교체·한일 관계·정부·과거·선언·김대중 대통령·요소수·대장동 게이트' 등의 순이다.
이는 글 본문에 등장하는 명사 중 빅카인즈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성 추출한 결과다. 문장 내 단어들끼리 연결망을 구축해 그 연결망이 촘촘한 단어일수록 중요하다고 나타내는 방식이다.
◆李 페북엔 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대장동 의혹' 관련 단어 포진
마찬가지로 이 후보의 페이스북 글도 형태소 단위로 분석했다. 빈도순으로만 상위 15개 키워드를 뽑아냈을 때는 '대장동 의혹' 관련 단어들이 다수 포진됐다. 이는 당시에 경기도 국정감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SPC(특수목적법인)·민간개발·사업자·기회·감사·공사·금융·민주(9회), 부산저축은행·실수요자·국힘(국민의힘)·이낙연·현실·사퇴(8회) 등의 순이다.
이 후보의 단어 사용에서 두드러진 것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경기도지사인 자신을 향해 연일 날 선 공세를 펼치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박성 단어들이다. 이 후보는 '돈 받은 자가 범인이고, 장물 나눈 자가 도둑'이라며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자들과 자신과의 이해관계를 전면 부정했다.
이 후보는 당선 다음 날인 10월 11일 '대장동 개발이 성남시정 최대 성과인 이유. 경기도 국감 정상 수감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장동 개발 기획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며 1)성남시의 수익은 사전에 확정됐던 것 2)'먹튀' 방지 조항 강제 3)민간사업자는 금융기관으로 제한·공개 경쟁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이 전대미문의 행정 성과인 이유'임을 설명하고 관련 의혹을 해명했다.
경선 이후 자신과의 연대를 약속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10월 12일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당) 경선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줄 안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동지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며 당내 연대 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 '부산저축은행', '사퇴' 등은 10월 16일에 올린 글로 2011년 대검이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윤 후보가 수사 주임 검사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는 내용으로 이 후보가 올린 글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빈도수와 별개로 중요도순으로 빅카인즈가 추출해낸 키워드 분석 결과 상위 랭크된 단어는 '대장동·개발이익·SPC(특수목적법인)·대장동 대출·윤석열 후보·대장동 사업·개발이익 환수·윤석열·후보 사퇴·윤석열 후보님·부동산·성남시·경기도·부산저축은행 수사·윤석열 검찰' 등이다.
사소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 있어 이른바 '장유유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후보는 1964년생, 윤 후보는 1960년생으로 서로 4살 차이가 난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윤석열 후보님'(1회)으로 지칭하는 반면,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님'자를 붙인 흔적은 없다.
이외에도 이 후보의 경우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을 언급할 당시 '검찰총장'(5회)', '윤석열 검찰'(1회)등 윤 후보의 검찰 이력 관련 표현을 사용한 것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전문가 "대선 후보의 페이스북, 자신의 서사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
대선 후보들의 페이스북 활동과 관련해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다른 SNS와는 달리 페이스북은 자신의 서사, 즉 '스토리텔링'을 보다 자세하게,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며 "또 페이스북의 특징상 자신의 주장도 보다 자세하게 소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매체"라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과거 2012년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 캠프가 페이스북을 활용해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훌륭한 캠페인의 전형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위 '친문(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내지는 그 반대 사람들이 '대장동 의혹' 등 기타 (대선 후보 관련)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풍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대편의 논리에 대한 '체계적 반박'의 실탄들을 쏘는 거다"라며 "특히 페이스북은 젊은 세대에 비해 40대 이상의 나이 든 세대들, 또 자신들의 열정 지지자층들에 어필하기가 좋다"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이어 "(페이스북은) 지지자들이 후보의 글을 퍼 나르며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가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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