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의혹 편파 발언.. "김어준, 선거방송 제대로 하라" 방심위 지적
국민의힘 "선거방송 공정해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교통방송(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과 관련해 올 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17차례에 걸쳐 ‘행정 지도’ 처분을 받은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다른 방송사의 주요 시사프로그램 대부분은 ‘행정 지도’를 1~2차례 받았다. TBS는 전체 예산의 약 80%인 350억원 정도를 국민 세금에서 지원받는다.
본지가 입수한 방심위 재·보선 및 대선 관련 심의 의결 보고서(올 1~11월 중순 기준)를 보면 ‘김어준의 뉴스 공장’은 4·7 재보선과 관련한 방송으로 9차례(권고 8차례, 의견 제시 1차례), 대선 관련 방송으로 8차례(권고1차례, 의견제시7차례) 행정 지도 처분을 받았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을 심의해 문제가 있으면 그 정도에 따라 ‘법정 제재’ ‘행정 지도’ ‘문제 없음’ 처분을 내린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감점 사유가 될 수 있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행정 지도는 재허가·재승인 감점 사유는 되지는 않지만, 방송 신뢰도와 직결되며 반복될 경우 차후 심의 때 중징계 처분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제작진 인사 조치 사유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방심의 심의 의결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월 8일 방송에서 김어준씨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설명하면서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언급된 성남시의회 의장 등에 대해 “이분도 그렇고 성남시 의원도 그렇고, 다 그 시절 한나라당 그리고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지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고”라고 했다. 또 “어쨌든 그런 돈을 줬거나 혹은 줘야 한다라고 언급된 대상이 지금 국민의힘 정치인이라는 거고요” “이재명 게이트라고 하는데 왜 다 국민의힘 정치인이 나오냐는 겁니다. 이재명 언제 나옵니까?”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는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8조(객관성) 제1항’에 어긋난다며 지난 5일 ‘권고’ 조치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녹취록에서 언급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은 2012년 7월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후 그해 8월 탈당해 무소속 상태로 시의회 의장을 수행했으며, 2014년 지방선거 이전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고, 2018년에는 바른미래당에 광역의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최윤길 전 의장을 ‘국민의힘 인사’로 단정하는 것은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방심위는 지난달 18일 방송에 대해서도 행정지도(의견 제시) 처분을 내렸다. 대장동 개발 비리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는 듯한 취지의 설명을 문제 삼았다. 김어준씨는 방송 ‘김어준 생각’ 코너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대통령·도지사·시의회 등 주류는 국민의힘이고,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뉴스’ 코너에서도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공문에 최소 열 차례 서명했다는 보도가 있고 야당은 이게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서명을 안 한게 더 문제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이재명 후보 주장을 대변하고,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문서 서명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근거 없이 정치공세하는 것처럼 단정해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고 제작진에 알렸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에 따르면, 선거법에 의한 선거방송을 제외한 선거 관련 대담·토론, 인터뷰, 다큐멘터리 등 시사정보프로그램은 선거쟁점에 관한 논의가 균형을 이루도록 출연자의 선정, 발언횟수, 발언시간 등에서 형평을 유지해야 한다. 또 시사정보프로그램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특정 정당·후보자 등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
방심위는 또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4·7 재보선과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를 공직선거법을 준수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했다는 이유 등으로 ‘권고’ 조치를 내렸다. 한 예로 김어준씨는 지난 4월 1일 방송에서 보궐선거 전망 등과 관련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선거는 이제 깜깜이 기간으로 이미 들어갔는데 격차가 여전하다는 조사들이 꽤 많지 않습니까”라고 말했고, 이에 이 전 대표는 “초반에는 좀 격차가 많이 벌어졌는데 최근에는 한 자릿수 이내로 좁아드는 그런 경향을 좀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와 이 전 대표가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 또는 보도된 여론조사 중에선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는 심의에서 “선거법을 준수하지 않은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제12항제1호에 따라 공표 또는 보도가 불가능한 정당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TBS에서 유명 방송인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특정 후보나 정당을 공개지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방심위가 공정 보도를 위해 보다 세밀한 가이드라인과 처벌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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