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팬데믹 영화에서 본 것
영화 ‘컨테이젼’은 미지의 전염병이 창궐한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한다. 백신 연구에 성공한 오란테스 박사, 의사인 앨리스, 딸과 단둘이 살아남은 토마스, 블로그를 운영하며 음모론을 설파하는 앨런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사람들이 죽고 백신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누군가 이 상황을 타파해주길 바란다. 애석하게도 아주 보통의 인간인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앨런이나 앨리스에 가깝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듯한 앨런과 앨리스를 비난하기 어렵다. 영화는 이런 캐릭터를 내세워 관객들에게 당신은 이들과 무엇이 다른지 질문하고 성찰하게 만든다.
요즘 많은 영화가 오로지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잔인하고 괴상한 방법으로 약자 캐릭터를 죽이고 해체한다. 그렇게 주인공에게 목적을 만들어주기 위해, 혹은 그를 더욱 무서운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수많은 약자 캐릭터를 이용한다. 하지만 ‘컨테이젼’은 일부러 비극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이 영화에는 거울의 양면 같은 캐릭터가 있다. 앨리와 앨리스다. 앨리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전염병에 걸려 죽은 반면, 앨리스는 직업적인 비밀 유지 약속을 어기고 약혼자에게 몰래 전염병 소식을 알렸다. 단순히 어느 한 캐릭터를 비난하기에 앞서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두 번째 겨울을 코앞에 둔 지금, 부서진 일상은 여전하다. 확진자 수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백신이 개발됐고 위드 코로나도 시작됐다. 영화 속에선 팬데믹 속에서도 딸에게 파티 드레스를 선물하기도 하고, 경비원의 아들에게 귀한 백신을 먼저 주사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들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은혜를 입기도 한다. 언젠가 괜찮아질 거란 상투적인 인사를 건네면서, 실낱같은 희망으로도 담요를 짜낼 수 있다. 그 담요를 다른 사람의 무릎에 덮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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