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23] IT에는 단문(短文)과 두괄식(頭括式)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1. 11.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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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발전하면서 글과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 책, 신문, 편지로 글을 써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였지만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으로 글을 쓴다. 종이가 아니라 휴대폰 화면으로 전달한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유튜브가 라디오, TV를 대신하고 있다. 1인 방송이 가능한 시대이다.

이때를 닥쳐서 필요한 능력이 글을 짧게 쓰는 능력이다. 길면 읽지 않는다. 5~6줄 이내로 압축해야 한다. 단문(短文)이 맞는다. 단문의 특징은 관계대명사, 접속사가 적은 문장이다. ‘뭣은 뭣이다’로 끝나야 한다. 자꾸 토를 다는 문장은 지루하다고 여겨진다. 부연 설명이나 각주(脚註)를 다는 식의 문장은 피해야 한다. 1형식이나 2형식 문장이 적합하다.

관계대명사나 접속사가 적게 들어가는 문장을 쓰려면 생각이 정리되어야 한다. 정리가 되어야 압축이 된다. 참기름 짜듯이 압축하는 게 능력이다. 압축하려면 전기세가 들어간다. 어떤 부분을 생략할 것인가는 지성과 판단력이 좌우한다. 지성과 판단력이 전기세다. 문장을 짧게 쓰기 위해서 때로는 독재자적인 독단(獨斷)도 필요하다. 정의(定義)와 개념 규정을 하려면 자잘한 것은 과감하게 털어내 버리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물, 어떤 현상을 벽돌로 찍어 내듯이 정의한다는 것은 부분적인 왜곡도 동반되는 작업이다. 필자는 이걸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 내면의 감성적 느낌이나 흐름을 다루는 글은 좀 길어야 한다. 짧은 문장으로 인간의 서정적인 흐름을 다루기는 어렵다. 말을 할 때도 두괄식(頭括式)이 필요하다. 핵심을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방식이 두괄식이다. 서론을 길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상대를 무시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서론을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가 잘 못 알아 듣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서론이 길어진다.

서론이 길면 갑의 화법이 된다. 상대를 을로 보기 때문에 말이 긴 것이다. 말이 지루해도 들어야 하는 입장이면 그 사람은 을이다. 그러나 유튜브의 시청자는 을이 아니라 갑이다. 지루하면 바로 채널 돌려 버린다. 시청자는 인정사정없는 갑이다. 처음부터 간지럽게 잽을 던지면 안 된다. 만나자마자 라이트 훅을 날려야 한다. 처음부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유튜브가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서론, 본론도 필요 없이 곧바로 결론부터 말하면 더 세련된 방식이다. 시청자는 많은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IT 시대는 짧은 글과 두괄식의 화법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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