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난방 시작하자… 전국에 초미세먼지 덮쳤다

박상현 기자 2021. 11. 21. 23: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공기 최악 6단계... 중국發 미세먼지 추워질수록 심해진다
지난 19일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상공에 상륙한 중국발(發) 초미세 먼지로 인해 주말인 20~2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21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이 온통 잿빛이다. 이번 고농도 초미세 먼지는 21일 밤부터 차차 해소돼 북서쪽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22일 이후 ‘낮음~보통’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고운호 기자

주말 이틀간 전국이 중국발(發) 고농도 초미세 먼지로 뒤덮였다. 중국이 이달 들어 석탄 난방을 본격 시작한 데다, 대기 정체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 먼지까지 겹쳐지면서 시간당 초미세 먼지(PM2.5)가 전국 곳곳에서 ‘매우나쁨(㎥당 76㎍ 이상)’을 기록했다. 하늘이 잿빛으로 보이는 수준이다.

포근한 주말 날씨에 나들이, 산책을 계획했던 시민들은 일정을 취소하거나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20일 서울 마장동축산시장 가게들과 먹자골목엔 평일 저녁보다도 손님 발길이 뜸했다. 신재천(32)씨는 “가족끼리 캠핑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미세 먼지 때문에 움직일 엄두가 안나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초미세 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중국 동북부에서 국내로 유입됐다. 이 영향으로 20~21일 전국이 터널 안에 갇힌 듯 뿌옇게 변했다. 충북 단양은 20일 초미세 먼지 농도가 428㎍(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21일엔 경기권과 세종시에서 각각 105㎍, 104㎍까지 수치가 올라갔고, 서울·인천(96㎍), 대구·충남(76㎍)도 ‘매우나쁨’ 수준을 보였다. 고농도 현상은 이미 19일부터 예고됐지만 정부는 21일에야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해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받았다.

21일 오전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에 설치된 안내판이 미세 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알리고 있다. 시간당 평균 75㎍(마이크로그램) 이상의 초미세 먼지가 2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내려지는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서울에 내려진 것은 지난 5월 24일 이후 179일 만이다. /이덕훈 기자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질은 서풍 때문에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최근 국가적인 전력난 해소를 위해 발전용 석탄 생산을 다시 늘리기 시작해, 우리 피해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올 7월 이후 154곳 이상의 대형 탄광 생산 확충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4분기(10~12월)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5500만t 증산이 예상된다. 지난 10일엔 하루 석탄 생산량이 1205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대기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 화베이(華北) 지역에선 이달부터 난방 공급을 시작했다. 화베이를 비롯한 중국 중·북부 지역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석탄·천연가스를 이용해 각 가정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농도 미세 먼지가 자주 발생한다. 중국 현지 대기질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은 이달 4일 공기 질 지수가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고도 오염’(총 6단계 가운데 5급)을 기록했고, 21일엔 네이멍구에서 유입된 황사까지 더해져 베이징 일부 지역 공기가 가장 나쁜 ‘심각한 오염’(6급)까지 악화됐다.

고농도의 초미세 먼지 현상은 21일 밤부터 비가 내리며 차차 해소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강한 바람 등의 영향으로 21일 늦은 밤부터 고농도 현상이 차차 해소돼 이번 주는 ‘낮음~보통’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21일 중부 지역과 서해안에서 시작된 비는 22일 새벽 전국으로 확대됐다가 오전에 그치고, 다시 22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전라도·제주 5~20mm, 강원영동·경상도 5mm 미만, 예상 적설량은 강원·제주 산지 1~3cm, 경기남서부·충북 1cm다.

23일부턴 추위가 맹위를 떨치겠다. 22일 낮부터 찬 공기가 한반도 북서쪽에서 남하하기 시작해 23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겠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겠다. 23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상 5도, 낮 최고기온은 2~11도로 예보됐다. 영하권 아침 추위는 주말인 27일부터 차차 누그러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엔 강한 바람으로 미세 먼지는 해소되겠지만 갑작스러운 추위로 인한 안전사고 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