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일칼럼] 한류는 한국의 연성 권력인가?
대중문화 기반은 인문학적 업적
국제관계 '소프트 파워' 활용 위해
조급함과 의도적 조작 재고해야
여러 해 전의 일이다. 우연하게 강의하고 있던 다국적 대학원 학생들의 한국에 관한 관심이 우선적으로 한류, 즉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한국을 공부하러 온 대학원 학생인데, 주 전공은 한국의 국제관계였다. 그렇지만 애초 이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류, 그중에서도 K팝으로 알려진 춤과 노래였다.
제정 러시아는 강국이었다. 그러나 패주하는 나폴레옹 군을 추격해 프랑스에 진주한 러시아군의 장교 중에는 귀국 후 무력혁명으로 서구식 개혁을 하려 했다. 바로 ‘데카브리스트’(12월 혁명당원)들이다. 제국주의시대 열강의 식민지 지배의 어느 한 면은 ‘우월한’ 문명에 의한 ‘동화정책’이었다. 영국의 인도 통치에 군사력이란 작은 요소에 불과했다는 주장도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였다. ‘대국’의 교훈은 강압과 착취의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전 후 스탈린의 소련 제국 구상도 이미 실패를 잉태하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군사력에 의존하는 ‘혁명’이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총구에서 나오는 권력’이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나이의 ‘연성 권력’이란 흔히 그렇듯이 학문적인 업적보다 그 역사적인 시의성에서 찾아야 한다. 마르크시스트 에릭 홉스봄은 “20세기에는 모든 사람에게 조국이 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조국과 미국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실의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문화가 전파하는 미국의 이미지였다. 20세기를 통해 수많은 강대국의 운명이 명멸했지만 미국은 최후의 승자로 남았다. 많은 부분이 허상일지라도 미국의 이미지는 대내외적 현실과 크게 모순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이는 이 사실의 어느 한 면을 이야기한 것이다. 필자는 1990년대 초 소련 제국이 붕괴했을 때, 이것을 미·소 간의 문화전쟁 관점에서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다. 후일 냉전기 미국 정부 문서가 공개된 후에 보았더니 이것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일본 친구 중에 한국이 대중문화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원인에 대해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동력을 1970∼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찾는다는 답을 한다. 한국의 문화적인 진출은 그 당시에 내가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이것이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힘이 되겠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보자는 답밖에 없다. 많은 것이 앞으로 국내외에서 우리가 하는 것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중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대중문화의 기반은 역시 인문학적인 업적이다. 현실의 전략적인 고려도 중요하다. 연성 권력으로 활용하려는 조급성, 단기적 기획, 의도적 조작 등은 재고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몇 사람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방미 외교에 방탄소년단(BTS)의 대동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 온다. 생각부터 해보자는 답을 한다.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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