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의 임기말 로드맵.."짧지 않은 6개월, 마무리에 최선"
레임덕 우려에 선긋고 임기 막판까지 국정 전념 의지 밝혀
한반도 이슈 등장 안해..'대장동·고발사주' 민감 대선현안도 거론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임기를 6개월 남짓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기 말이면 권력 누수로 어려움을 겪었던 역대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막판까지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출연, "매일매일이 위기관리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6개월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비롯한 방역, 부동산과 일자리를 포함한 민생경제, 포스트 코로나 등 분야별 임기 말 국정 로드맵을 비교적 소상히 내놨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자신감…"빠듯한 병상 염려돼" 방역수칙 준수 당부
2년 만에 진행된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은 코로나19 방역 분야였다.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닷새 연속 일일 확진자 수가 3천 명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에 더욱 눈길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갈 때 (일일 확진자 수가) 1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했다"고 말했다.
방역에 취약한 국민이 빠르게 추가 접종을 받도록 하며 접종 효과를 높이면 단계적 일상회복도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문 대통령은 추가 접종 기간 단축, 효과 검증을 전제로 한 백신접종 연령 하향, 내년 2월까지 해외 업체의 먹는 치료제 도입과 같은 향후 계획도 설명했다.
다만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 병상이 빠듯해지는 것이 염려된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방역 수칙은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부동산, '하락 안정세' 목표 제시…일자리 문제도 반성 모드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재차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을 묻는 말에 "무주택자,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드리지 못하고 서민에게 박탈감을 준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었던 올해 2·4 대책을 언급하면서 "주택 공급에 더 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여태까지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투기 세력을 지목했던 점을 고려하면 정책 반성의 내용도 다소 결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까지는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는 확실히 임기 마지막까지 찾겠다"며 임기가 반년밖에 남지 않았으나 집값의 하락 안정세를 목표로 정책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 문제를 두고도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고용이 지난달까지 99.9% 회복됐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공공일자리가 늘어난 것과 별개로 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한편 임대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상공인의 호소에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 제도처럼 점포에도 그런 방안을 구상해 임대료가 내려가게 하겠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임대료를 깎아줄 때 세제상 지원을 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 같은 좋은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넘어 G10 구상…"자부심 가져달라"
문 대통령은 민생경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평가를 근거로 국격이 높아졌다는 데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G7(주요 7개국)을 확대해 G10을 구성하면 가장 먼저 대상이 되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민주주의, 보건·의료, 외교 등 모든 면에서 톱10"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부동산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아 왔으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국제 사회의 평가를 통해 임기 말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자화자찬이다', '국민 삶이 어려운데 무슨 소리냐'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알지만, 이는 세계의 객관적 평가"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당당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면서 "정부도 그 위상에 걸맞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해 짧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남북·북미 관계 등 외교안보 이슈는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기자회견 혹은 국민과의 대화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등 여야 주자들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으며, 대장동 문제나 고발사주 의혹 등 민감한 정치현안도 거론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날 국민과의 대화 기획 단계부터 질문의 범위를 일상회복, 방역, 민생경제, 포스트코로나 등으로 좁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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