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먹고 살란 거냐" 스페이스X 기지 반대 나선 인니 원주민들

이벌찬 기자 2021. 11. 2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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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정부, 글로벌 우주 기업과 발사 기지 공동건설 방안 논의
적도 근접, 광물 풍부해 적격
"원주민 삶의 터전 뺏는다" 논란
인도네시아 파푸아주(州)의 청정 지역 비악(Biak)섬에 사는 원주민들. 비악섬에 인니 정부가 우주선 발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원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쪽 끝에 있는 파푸아주(州)의 청정 지역 비악(Biak)섬에 우주선 발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이곳 원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비악섬은 ‘문화인류학의 보고’로 불리는 뉴기니섬의 서부에 있다. 섬 면적은 서울(605㎢)의 3배 정도인 1746km²이고, 인구는 360여 개 원시 부족을 포함해 약 10만명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은 지난 17일 비악섬 등에 우주선 발사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머스크와 통화 중에 인도네시아에 우주선 발사 기지를 공동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위도도 대통령은 기지 위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악섬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도네시아가 비악섬에 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곳이 우주선 발사에 이상적이라 세계적인 우주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할 때 협상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비악섬의 최대 장점은 적도 부근에 있다는 점이다. 지구는 적도에서 자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적도 가까이서 우주선을 쏘면 지구 자전에 의한 회전력을 최대로 받을 수 있어 적은 연료로 큰 선체를 우주로 보낼 수 있다. 게다가 비악섬에는 우주선 제조에 필요한 니켈·구리 등 광물이 풍부하고, 드넓은 면적에 비해 건물과 인구가 적어 기지 건설이 용이하다.

인도네시아 비악섬

비악섬에 기지가 건설되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인터넷 보급을 위해 4만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 군(軍) 기지에서 위성을 발사했다.

그러나 비악섬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기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지 건설 예상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아브라우족(族)의 지도자들은 “기지 건설은 숲을 없애고, 멸종 위기에 놓인 새들의 서식지를 훼손하며, 원주민들을 내쫓는 일”이라고 했다. 15대째 비악섬에서 살아온 이들은 아직도 덫을 놓아 뱀·멧돼지를 잡고 쟁기로 농사짓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비악섬 부족 연합회의 지도자인 아폴로스 스로이어는 “우린 우주선을 먹고 살 수 없다. 땅에서 캔 토란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고사는 전통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일론 머스크에게 우리 입장을 전해달라”고 NYT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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