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차분해진 '국민과의 대화'..부동산·재난지원금 솔직 답변 '눈길'

박혜연 기자,박주평 기자,김유승 기자 2021. 11. 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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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대화] "지나고 생각해보니 주택공급 더 노력했어야"
홍남기 무릎 위 노트엔 메모가 '빼곡'..예정보다 9분 넘겨 진행
21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를 시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국민들의 질의를 받고 응답하는 것은 지난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 이후 2년 만이다.2021.1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박주평 기자,김유승 기자 = 임기를 채 6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21일 KBS '2021 국민과의 대화'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년 전인 '2019 국민과의 대화'가 너도나도 질문하려는 패널들 속에 어수선하게 진행된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평이다.

2년 전에는 주제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질문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대선이 약 100여일 남은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고려해 Δ단계적 일상회복 3주 진단 및 확진자 증가 대응책 Δ민생경제 Δ포스트 코로나 과제 등 3가지 주제로 질문을 한정했다.

2년 전에는 '민식이법'의 계기가 된 사고 주인공 민식 군 부모가 첫 질문자로 정해진 채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사회자가 즉석에서 지정한 점도 달랐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현장에 참석한 일부 국민 패널들은 '그동안 감사했다' '감사하고 존경한다' '뵙게 돼서 영광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송 초반부에는 '대통령 팬 미팅'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 국민 패널이 "대통령님을 뵈러 간다고 하니까 저희 아들이 같이 뵙고 싶었는데 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화면상이지만 인사 한 번 해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독려 박수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미소를 짓고는 "직접 만나지 못해도 화면을 통해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고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며 "저도 (아드님께) 반갑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의 질문을 경청하며 미소짓고 있다. 2021.11.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 대통령은 꼼꼼히 메모해가며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각종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사회적인 논란이 일었던 요소수와 부동산, 재난지원금 등 문제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웃으면서 솔직히 사과하거나 아쉬운 점을 인정하는 등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실업과 부동산 문제 해결을 요구한 패널 질의에 각오한 듯이 "예 드디어 어려운 문제로 들어갔다"며 웃음을 지었다가도 곧 진지하게 "청년 실업 문제는 현재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었던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건 양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이 더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고 생각해보니 (정부가) 좀 더 부동산, 특히 주택 공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으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함으로써 무주택자와 서민, 청년, 신혼부부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충분히 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부동산 질문을 더 받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문 대통령은 "(더 받아도) 괜찮다"며 여유롭게 답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다만 당정 갈등이 첨예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가 질문으로 나오자 문 대통령은 잠시 굳은 표정이 됐지만 담담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 지급할 경우 어떤 분들에게 지급할 건지, 전 국민에게 지급할 건지 또는 더 어려운 분들, 피해 입은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내각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된 돌발 질문은 나오지 않아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만큼 과감한 질문이나 자극적인 발언은 거의 없어서 흥행하기엔 밋밋했다는 평도 나온다.

현장에는 당초 백신 접종완료자 200명이 국민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 참가한 패널은 4명이 추가된 204명이었다.

불참자를 대비해 KBS 측이 정해진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연락해뒀지만 예정된 참석자들이 모두 참석하면서 모두 현장 패널로 참석시켰다는 안내가 나왔다. 온라인 패널 수 100명은 변경이 없어 총 304명의 국민 패널이 참석한 셈이다.

현장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해 문 대통령의 답변에 보충 설명을 더했다. 홍 부총리는 무릎 위에 메모가 빼곡하게 적힌 노트를 놓고 종종 들여다보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홍 부총리는 또 5년 넘게 하던 식당을 폐업했다는 한 시민의 사연에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이 답변을 넘기자 홍 부총리는 "가슴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며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가능한 한 그런 어려운 계층에게 최대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 총 소요 시간은 예정됐던 100분을 넘겨 109분 동안 진행됐다. 방송 마지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해온 과정을 담은 영상 속 배경음악(B.G.M)으로는 가수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이 방송을 마치고 퇴장하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국민 패널들도 자리에 일어나서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곳곳에서는 "화이팅" 등을 외치는 패널들도 있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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