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격렬비열도

안호기 논설위원 2021. 11. 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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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격렬비열도 세 섬 중 하나인 서격렬비도에는 태극기가 새겨진 첨성대 조형물이 영해기점을 표시하고 있다. 정책브리핑 사진 캡처

남한 면적은 약 10만㎢인데, 영해는 8만㎢에 이른다. 육지 3곳과 가장 바깥쪽 섬 20곳을 직선으로 연결한 영해기점에서 12해리(약 22㎞)까지가 영해이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서격렬비도는 23개 영해기점 중 하나이다. 서격렬비도 서쪽에는 태극기가 새겨진 첨성대 모양 조형물이 중국을 바라보고 서 있다. 서너 시간 낚싯배를 타고 이곳에 가본 낚시꾼이라면, 우리 바다를 묵묵히 지키고 선 첨성대를 보고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격렬비열도는 동·서·북 격렬비도를 합해 부르는 명칭이다. 멀리서 보면 세 섬이 마치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날아가는 모습(格列飛列)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뱃사람들은 ‘서격비’ ‘동격비’라 부른다. 서해 끝에 있는 건 아니지만 독도에 빗대 ‘서해의 독도’로 불리기도 한다. 독도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을 통해 생겨났는데 역사는 더 오래됐다. 45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탄생한 독도에 훨씬 앞서 7000만년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사람이 사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무인도다. 등대 운영을 위해 북격비에 해양수산부 등대관리원이 한 명 상주할 뿐이다.

어족자원이 풍부한 격렬비열도 인근은 중국 어선이 떼로 몰려와 불법조업을 일삼는 곳이다. 2010년대 초반 중국인이 아예 서격비 매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세 섬 중 북격비를 제외한 동·서격비는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다. 당시 서격비는 20억원가량에 흥정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가 격렬비열도를 외국인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중국 자본에 팔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1일 기준 공시지가는 세 섬 모두 ㎡당 892원이다. 면적 12만8903㎡인 서격비 공시가격은 1억1500만원이다.

해수부가 격렬비열도에서 세계 최초로 선형동물 신종 1종을 발견하고, 신종후보 1종과 미기록종 1종 등 새로운 해양생명자원을 발굴했다고 21일 밝혔다. 해양생물 다양성이 높은 격렬비열도 인근의 보존 및 연구 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태안군은 최근 동·서격비 국가 매입과 북격비 항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토주권을 첨성대 모형에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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