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죽이지 마" 호소에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다"는 이준석

최하얀 2021. 11. 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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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1일 '교제 살인'을 놓고 페미니즘 설전을 벌였다.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장 의원이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하자, 이 대표는 '고유정 사건'을 언급하며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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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의원과 설전
장혜영 정의당 의원.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1일 ‘교제 살인’을 놓고 페미니즘 설전을 벌였다.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장 의원이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하자, 이 대표는 ‘고유정 사건’을 언급하며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폭력의 문제를 ‘고유정 사건’과 같은 개인의 극단적 일탈사건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에서 이 대표를 향해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관점이 없고, 안티페미 선동에만 관심이 있으니 본질을 포착하지 못한다”며 “본인 권력욕의 만분의 일이라도 여성의 생명 안전에 관심을 두었다면 스토킹 범죄나 교제살인과 페미니즘을 “엮네” 어쩌네하는 무식한 소리는 차마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20일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 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을 여성들의 명복을 빌며, 이런 사회를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분노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언급한 사건은 30대 남성이 자신의 전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노해 흉기로 숨지게 한 뒤 아파트 밖으로 던진 사건이다. 장 의원은 “이 범죄의 이름은 ‘아파트 살인’이 아니라 ‘교제살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페미니즘이 싫은가.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마라.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공동취재사진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장 의원을 겨냥했다. 그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며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토막살인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에 투기한 사건을 보고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 갈등화 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장 의원의 주장을 “스테레오타이핑과 선동”으로 규정한 뒤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의원은 “또 하던 버릇 나온다. 젠더 갈등 조장하는 일등공신이 이런 소리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들이 교제 살인으로 죽어가는 문제에는 관심 없고 ‘페미니즘’ 네 글자에 꽂혀서 조선인 우물까지 끌고 오는 거, 너무 볼품없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이어 또다른 페이스북 글에서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이다. 이건 개념 문제가 아니라 팩트”라며 “이걸 성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은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안티페미 선동 활약으로 젠더기반 폭력에 대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대표가 안티페미 선동을 할 수록 좋아하는 건 젠더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고 죽어가는 건 여성들”이라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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