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치솟자 SMP 6개월 연속 급등.. 한전 영업손실 더 늘어날듯

은진 2021. 11. 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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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SMP ㎾h당 107.76원
4월 76.35원이후 연속 오름세
3분기 9367억 영업손실 기록
유명무실 '연료비 연동제'도 한몫
육지·제주 통합 계통한계가격(SMP) 추이. (단위:원/㎾h)<자료:전력통계정보시스템>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국제유가 등 연료비 가격 상승에 따라 6개월 연속 치솟으면서 한전의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유례없이 폭등하며, 한전은 통상 이익을 내던 지난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정부가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물가 인상 방어와 맞물리며, 당초 취지와 달리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한전 경영 상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월 기준 월 평균(육지·제주 합계) SMP는 ㎾h당 107.76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76.35원을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다. 10월 SMP는 2019년 3월 112.42원을 기록한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50.39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치솟았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도매 가격이다. SMP가 상승하면 한전 비용 부담이 늘고, SMP가 하락하면 반대로 발전사 실적이 나빠진다. 올 들어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SMP도 급등했다. 문제는 SMP가 연말까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통상 수개월 시차를 두고 SMP에 반영되는데,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이미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0.89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높아진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RPS)의 할당 비율도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RPS는 설비용량 500㎿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제공해야 한다는 제도다. 한전은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과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하는 비용을 보전하고 있다. 올 들어 RPS 비율은 기존 7%에서 9%로 상향돼,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전은 올 3분기 9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이 3분기 적자를 낸 것은 2011년 분기별 영업실적을 공시한 이후 처음이다. 냉방 수요가 많은 7~8월 여름에는 전력 판매량이 급등해 한전이 1년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얻는 시기지만, 올해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가 물가 인상 요인을 우려해 전기요금을 무리하게 동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한전은 유가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정상적으로 작동한 적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유가 하락세를 감안해 올 1분기 ㎾h당 3원 인하했고, 이후 유가가 급등했는데도 2~3분기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4분기에는 ㎾h당 3원 인상을 결정했지만,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것이어서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전 사장도 연료비 연동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승일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연동제는 상한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한 범위를 초과하는 연료비 변동분은 반영할 수 없다"며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 민감성을 감안했을 때, 연료비를 요금에 연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국민이 충분히 받아들이고 난 후에 연동제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는 올해 4조원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6개 발전자회사의 예상 적자 규모는 7575억원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80달러 초중반의 유가가 유지되면, 한전은 2022년 연간 6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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