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한끼 '5000원 국밥' 사라졌다, 치킨도 2만원 시대

성유진 기자 2021. 11. 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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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2% 올라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지난해 통신비 지원 정책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맞물리면서 근 10년 만에 물가상승률이 3%대로 치솟은 가운데 11월 2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식재료를 고르고 있다. /박상훈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원동 돼지국밥 골목. 한 식당 벽면의 메뉴판 돼지국밥 가격이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수정돼 있었다. 이 골목 식당들은 지난달 가격을 모두 1000원씩 올렸다. 한 병 3000원 하던 소주 값도 4000원이 됐다. 인근 탑골공원을 오가는 노인들과 택시기사, 알뜰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이제 5000원짜리 국밥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낙원동 국밥부터 치킨까지… 비싸지는 한 끼 메뉴들

이 골목에서 7년째 장사 중이라는 한 가게 주인은 “고기부터 채소까지 식재료들이 모조리 급등한 데다 인건비까지 올랐다”며 “손님들도 ‘이 정도면 오래 버텼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도매상에서 사오는 돼지머리 하나가 석 달 전 7500원에서 최근 1만500원으로 뛰고 들깨·마늘·고추 같은 부재료 값도 많게는 두 배씩 올랐다”고 했다. 이 가게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종업원을 2~3명만 두고 바쁠 때만 직업소개소에서 당일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쓰는데, 이달 1일부터 알바비도 주말 5시간 근무 기준 5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물가 상승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저렴한 식당까지 직격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최저임금 인상 부담까지 겹치면서 저가 메뉴로 승부하던 곳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서민들로선 한 끼 해결하기가 더 팍팍해졌다. 택시기사 최모(58)씨는 “보통 7000원 하던 기사식당들이 최근엔 다들 8000~9000원을 받는다”며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지출만 많아지니 큰일”이라고 말했다.

◇5000원 국밥, 6000원 피자 사라진다

전국 586개 가맹점을 갖고 있는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스쿨은 이달 초부터 모든 피자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1만원 이하 중저가 피자를 주력으로 파는 곳인데, 이번 가격 인상으로 가장 저렴한 치즈피자가 6000원에서 7000원이 됐다. 피자스쿨은 “원재료⋅인건비⋅임차료가 지속적으로 올라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했다.

분식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전국 2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분식 프랜차이즈 얌샘김밥도 지난달 말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올렸다. 라면이 3500원에서 4000원으로, 떡볶이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김밥 가격은 4.8%, 라면은 3.9%, 떡볶이는 3.5%가 올랐다.

자영업자 최대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9년째 백반을 6000원에 팔고 있는데 이제는 7000원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9000원짜리 국밥을 1만원엔 차마 못 팔겠고 곁가지 메뉴 가격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내용들이다. 가격 인상 사실을 손님들에게 미리 알려야 할지도 요즘 자영업자의 고민거리다.

◇'국민 야식’ 치킨값 2만원 시대

국민 야식으로 통하는 치킨도 예외가 아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은 오는 22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2014년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린 이후 7년 만이다. 교촌오리지날과 허니오리지날이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레드윙과 허니콤보가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교촌치킨은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 상승, 각종 수수료 부담에 최근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가맹점의 수익성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치킨 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 만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교촌치킨은 2018년 배달비 2000원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는데, 이후 대부분 업체가 이 흐름을 따라갔다.

치킨처럼 배달 수요가 많은 식당들은 원재료값 상승과 인건비뿐 아니라 배달비도 큰 부담이라고 호소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으로 배달 기사를 흡수해가면서 다른 배달대행 업체도 기사 모집을 위해 배달료를 올리고 있다. 이 가격이 고스란히 가게에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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