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래 지향적인 공급망 관리

한겨레 2021. 11.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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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리팅팅ㅣ중국 베이징대 교수

글로벌 공급망 위기 관리의 중요성은 몇주간의 ‘요소수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 비록 요소수 품귀 자체가 중국산 제품의 입항과 한국 국내의 수급 조정 조처에 따라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한국의 공급망 관련 인식과 의사결정에 주는 파급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대응책으로 마련한전문 태스크포스 구성과 확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 그리고 ‘경제안보 외교센터’ 설치 구상 등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이런 정책과 기구들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선 미래지향적인 공급망 위기 관리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 한국 언론의 경제안보 논의로 보면 ‘경제 수단의 정치화·무기화’라는 틀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한 데 비해, 포스트 코로나19 경제회복과 탄소중립 시대의 공급망 개편의 새로운 특징과 도전에 대한 토론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런 인식 구조를 반영하는 예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대한 원인 분석 과정에서 두가지 정치적 해석이 자주 등장했다. 먼저, 이번 조치를 중-일 희토류 사태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등 정치성이 강한 사례와 병치해 보는 경우였다. 심지어 초기엔 조치의 보복성을 추측하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중-한 정부의 외교 소통과 신속한 조치를 통해 수출 절차를 가속 진행시킨 과정에서 이런 추측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지만,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패턴은 여전하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이런 프레임은 경제적 원인에서 비롯된 새로운 유형의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보도에서 중국의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 수입 제한을 최근 전력난과 요소 수출 규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초 중국에서 발생한 전력 부족 현상을 두고 외신에서 먼저 제기한 뒤 한국에서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주장이다. 중국에서도 이런 주장이 주목받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 수입량이 중국 전체 석탄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낮은 것이 통계적으로 밝혀진 뒤 사그라들었다. 후자의 사실에 대한 언급 없이 외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공급망 차질의 정치적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번 요소수 사태를 불러온 전력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속히 진행된 경기회복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먼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와 기존 에너지 구조가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화력발전은 현재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력 공급 방식이다. 최근 풍력·태양광 등 신에너지 발전량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출력 변동성이 크고 전환 시간도 필요하여 돌발적인 시장 환경 변화와 겹치게 되면 연착륙에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19’ 경기회복으로 국제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의 생산 확대와 전력 사용량 증가 압박이 커졌다. 각국 정부의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것도 중요한 외부 요인으로 작용했다.

끝으로, 석탄 가격과 전기요금 간 괴리 문제다. 중국의 석탄 가격은 이미 시장화되었지만, 전기요금은 여전히 국가계획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중소 탄광의 생산량 감축과 국제적인 석탄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낮은 전기요금으로 영업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화력 발전소들이 적극적으로 전력 공급을 확대하지 않아 전력난이 커졌다. 예컨대 이번 요소수 사태는 글로벌 경제회복, 탄소중립 추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새로운 유형의 공급망 리스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미래를 내다보고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보강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공동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 중국은 공동 대응책과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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