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모빌리티 혁명에 어떤 해자를 더할 것인가

안경애 2021. 11. 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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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터치스크린 조작 기능에 MP3와 동영상 재생까지. 2007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애플 아이폰을 '그 해의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하면서 꼽은 아이폰의 혁신성이다. 타임지는 외양과 입력방식에 주목했지만 아이폰이 촉발시킨 혁신의 스케일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

모바일앱을 통해 지구촌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 묶어낸 '앱 이코노미'는 기업의 사업활동부터 개인의 생활과 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꿨다. 그 플랫폼 위에서 우리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성장 기회를 얻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부터 SNS, 콘텐츠, 엔터테인먼트까지 영역 구분 없이 기회의 창이 열렸다.

그런 애플이 2025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놨다. 69대의 렉서스 차량에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시험운행을 준비하고, 전용 자율주행 프로세서 개발까지 거의 마무리했다. 애플이 하면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은 국내 반도체·배터리 업계까지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장에서 독주해온 테슬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았다. 모빌리티 혁명의 주도권을 두고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세계 최고 시가총액 기업 애플이 벌이는 대결은 볼 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세계 전기차 기업의 시가총액이 전통 자동차 기업의 가치와 맞먹고, 전체 자동차 산업의 시가총액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테슬라는 세계 최고 성능 프로세서 개발 기업에 이어 글로벌 1위 슈퍼컴퓨터 기업 지위도 앞두고 있다. 리비안, 루시드 등 스타트업들도 막강한 투자에 힘입어 경쟁에 뛰어들었다.

모빌리티산업의 변화는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혁명을 가져올 게 확실하다. 혁명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수반한다. 스마트폰이 잠자는 시간을 빼곤 24시간 내내 30㎝ 이내 거리에서 사람들과 연결돼 디지털 세상을 들여다 보는 창 역할을 했다면, 자율주행과 전기차가 결합된 미래형 차는 수 입방미터의 공간이 주는 힘을 더할 것이다. 또 그 공간이 움직이면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스티어링 휠(핸들)과 브레이크, 엔진이 없는 대신 인간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터가 내장된 차는 이동수단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스마트폰이 몇 센티미터의 창을 통해 사람들을 디지털 세상으로 끌어들였다면, 자동차는 증강현실, 홀로그램 기술에 힘입어 가상세계가 수 입방미터 크기의 현실공간에 펼쳐지는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토큰)로 엮인 가상경제 생태계가 결합되면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와 서비스, SNS가 등장할 것이다.

여기에다 자동차가 갖는 기동성이 더해져 특화된 시설과 장치를 갖춘 이동형 공간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거주공간부터 엔터테인먼트시설, 피트니스센터, 회의실까지 맞춤형 공간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친환경차와 전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에너지 플랫폼·서비스의 성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는 반도체, 배터리 등 제조산업과 교통·물류·배송산업에 버금가는 기회가 문화와 생활변화를 수반하는 '소프트 산업'에서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산업 역시 돈과 인재,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산업이 완성되려면 보다 많은 주체들이 가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 그 리그에 배짱 있게 뛰어들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전통 제조산업보다 훨씬 크다. 모빌리티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더 큰 가치 비전과 성장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인터넷·모바일에서 검증 받은 K콘텐츠, K드라마, K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을 자동차로 이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무장한 기술기업들이 앱 이코노미에서 활약하듯이, 모빌리티 시대에 해자를 가진 스타 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낼 역동적인 변화가 기다려진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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