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물 - 김안녕(1976~)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 한 모금을 마시면 몸에 피가 도는 게 느껴집니다.
올해도 이제 달력 한 장만 남았습니다.
나에게 물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삶은 그냥 깨우침을 주지 않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알려주네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끼던 물병을 어디 두고 왔는지 기억이 없네
유용하다고 말했지
아낀다고 했었지
아끼는 사람을 어디 두고 왔는데
알 수 없네
어느 틈에
어느 옛날에
목이 마를 때,
그제야
너를 잃었다는 그 생각
시집 《사랑의 근력》(걷는사람) 中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 한 모금을 마시면 몸에 피가 도는 게 느껴집니다. 올해도 이제 달력 한 장만 남았습니다. 나에게 물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목이 마를 때에야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 같은 사람 하나 떠오릅니다. 단풍이 거의 다 지고 있습니다. 단풍나무의 뿌리가 가장 목마를 때, 나뭇잎이 떨어져 내려, 그 순간을 달래준다고 합니다. 막 떨어진 나뭇잎의 촉촉함을 기억하라고 낙엽을 밟으면 빗소리가 나나봅니다. 이렇게 삶은 그냥 깨우침을 주지 않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알려주네요. 잃었다는 생각조차 아주 늦어버린 때.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뉴 한 두 개만 시켜도…" 배달음식 먹기 겁나는 '혼밥족'
- "7000만원 종부세, 갈라서면 500만원…국가가 이혼 강요하나"
- 日 기술, 세계 최고 자부했는데…'디지털 후진국' 추락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 "주식·코인 못 믿겠는데…" 직장인들에 피난처로 떠오른 곳
- 괴롭힘 당했던 부서 막내, 퇴사하면서 돌리고 간 편지 '충격'
- [종합] '제이쓴♥' 홍현희 "시아버지, 900평 농장 내 명의로 해주신다고" ('전참시')
- [종합]'늦둥이 父' 김용건, 머리숱 자랑…백일섭 "젊은 사람 눈치 보게 돼" ('그랜파')
- 김우빈, ♥신민아와 같이 장보나…마트서 포착 [TEN★]
- [종합] "장윤정, 대박 사주 없는 건 이혼 수" ('해방타운')
- kt 이대은♥래퍼 트루디, 3년 열애 끝 결혼 "소중한 믿음과 사랑으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