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800m 고산지대에..K-건설, 페루 관문공항 짓는다

지홍구,서찬동 2021. 11.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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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체로신공항 건설현장 가보니
1600명 근로자 고산약 먹으며
2025년 9월 개항 목표 구슬땀
수용능력 450만명, 사업비 7600억
공항公·현대건설 컨소시엄 주도
지난 19일(현지시간) 페루 쿠스코주 친체로시 `쿠스코 친체로 신국제공항` 건설 현장에서 트럭과 굴착기, 롤러 등 중장비들이 쉼 없이 움직이며 기초공사를 하고 있다. 이 건설사업은 국내 최초의 공항건설 PMO(사업총괄관리) 사업 수주이며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이 주도한다. [공항사진기자단]
지난 19일(현지시간) 페루 남동부 쿠스코주에 위치한 친체로 신공항 건설 현장. 해발 38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페루에서 유명한 고산증 약까지 먹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현장 근로자 1600명은 한국에서 공수해 온 특수 건설장비와 트럭 등 350여 대를 이용해 자재를 나르고 흙을 퍼나르는 등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현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2년 전 이곳은 농경지와 초지였지만 지금은 지표면의 나무와 숲이 모두 제거되고 흙을 깎고 메우는 토공사(평탄화 작업)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날 한국공항공사,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페루 정부 간 계약(G2G)에 따라 추진된 친체로 신공항 사업의 본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총 사업비 7600억원을 투입해 여객터미널 등 15개 공항시설을 짓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친체로신공항은 4㎞ 활주로 1개, 탑승교 13개를 갖춘 터미널(4만6900㎡), 항공기 13대를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9만㎡) 규모로 건설된다. 연간 수용 인원이 450만명에 달하는 남미의 매머드급 공항이 우리 건설 기술력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쿠스코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곳에 친체로 신공항이 완공되면 아스테테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마추픽추까지 약 3시간 걸리던 거리가 상당 부분 단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MO(사업총괄관리) 사업 관계자는 "페루 정부가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도 사업을 늦춘 적이 없다"면서 "9월 기준 토공사 공정률은 31.9%로 계획(28.9%) 대비 3% 초과했고, 이런 추세라면 2025년 9월 개항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체로 신공항 사업은 우리나라가 G2G로 따낸 21개 사업 가운데 유일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사업이다. 김포공항 등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국토부, 해외건설협회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2019년 6월 스페인·캐나다·터키 등 경쟁자를 누르고 이 사업을 거머쥐었다. 상품 위주의 G2G 사업을 SOC로 확장시킨 첫 성과다.

해외 공항 개발은 철도·도로에 이은 세계 3대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 2023~2024년께는 8265억달러(약 986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친체로 신공항 PMO 사업 수주는 중남미 등 해외 공항 PMO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PMO 사업은 설계 검토, 시공사·감리사 선정, 기술 지원, 시운전 등 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사업 유형으로 파급 효과가 크다. 친체로 신공항 PMO 사업 수주 이후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3월 신공항 용지 조성 공사, 7월 본공사 시공 계약(활주로·터미널·계류장·주차장)을 잇달아 수주한 바 있다. 사업비만 7000억원에 이른다.

이날 착공식에 참석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페루의 선조들이 경이로운 기술력으로 불멸의 문화유산인 마추픽추를 건설했던 것처럼, 공항 분야에 풍부한 기술과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이 친체로 신공항을 월드 톱 클래스의 첨단 친환경 공항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2000년 브라질 복합화력 발전공사로 중남미에 첫발을 내디딘 뒤 칠레 차카오 교량공사 등 다수의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28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건설사업을 계약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세계적 관광문화유산인 마추픽추와 세계를 연결하는 하늘길이 한국의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걸고 친체로 신공항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남미와 해외 사업 진출의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도 이날 로베르토 산체스 관광통상부 장관을 통해 축하 인사말을 전해왔다. 그는 "2011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이후 양국 무역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양국 우호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안 프란시스코 실바 교통통신부 장관도 "친체로 신공항 사업을 중단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쿠스코(페루) = 지홍구 기자 / 서울 =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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