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저력의 대구'.. 세드가 없으니 '이근호'가 한 방, 급박하니까 '조진우'까지 번쩍

(베스트 일레븐=대구)

이날, 대구 FC는 에드가와 세징야를 선발에서 배제했다. 전반전은 무난하게 흘려보내고, 후반전에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놀라운 점은 선제골은 오히려 대구 FC 쪽에서 나왔다는 거다. 이근호가 존재감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후반전엔 이번 시즌 잠잠했던 조진우까지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스쿼드 구성에 어려움이 있는 대구 FC는 어떻게든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겨냈다.

21일 오후 4시 30분, 대구에 위치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36라운드 대구 FC-수원 삼성전이 벌어졌다. 승리는 홈팀 대구 FC의 차지였다. 대구 FC는 전반 20분 이근호, 후반 30분 조진우의 골을 묶어, 후반 2분 김민우가 1골을 넣은 수원 삼성을 2-1로 제압했다. 이로써 대구는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확보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베테랑' 이근호는 김진혁과 투 톱을 꾸려 게임을 풀어갔다. 결코 쉽진 않은 조합이었다. 파트너도 정치인·오후성 등이 아닌 센터백과 공격수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 김진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근호는 자신이 왜 지금까지도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전반 20분, 이근호는 세트피스에서 날아올라 골문을 열었다. 세징야 혹은 에드가로 득점원이 집중되어있던 대구 FC지만, 이근호 또한 이렇게 해낼 수 있음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이근호는 이번 시즌 2골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순간 자신의 가치를 자랑했다.

위기는 있었다. 대구 FC의 저력은 좋았으나 후반 초반 골을 허용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수원 삼성의 기세는 흉흉했고, 후반 초반 대구 FC는 여러 차례 위기에 빠졌다. 바로 그때 또 1명의 '언성 히어로'가 나타났다. 센터백 조진우였다. 조진우는 이날 출전을 제외하고 이번 시즌 출장 기록이 14번에 불과했지만, 중차대한 시즌 막판 팀을 웃게 하는 골을 터뜨렸다.

후반 30분, 세징야가 측면에서 볼을 띄웠다. 페널티 박스 안엔 대구 FC와 수원 삼성이 엉켜있었다. 그 와중 조진우가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고는 날아오는 볼에 머리를 대 진행 방향을 골키퍼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돌렸다. 이후 조진우는 시원한 셀레브레이션을 펼치며 대구 FC팬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대구 FC는 이른바 '핼러윈 사건'으로 선수 3명이 시즌 막판까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 최근엔 미드필더 이진용까지 경고 누적으로 출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인도 부상이었다. 그럼에도 저력을 발휘했다. 이근호나 조진우처럼 2021시즌 영향력이 적었던 선수들이 마음껏 빛을 발산했다. 덕분에 대구 FC는 3위 자리를 더욱 튼실하게 다졌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