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공룡 롯데.."오픈마켓 가망 없다, 식품마저 밀리면 끝장"

홍성용 2021. 11. 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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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강자·이커머스 업체 배송 속도경쟁 다시 불붙어
롯데 바로배송매장 50개 목표
마트당 20억~30억원 들여
천장레일·포장 자동화 설비
주문·포장 30분만에 끝내
광교점 온라인 주문 7배 급증
신세계도 비대면 장보기 강화
대형 PP센터 25곳 더 늘리기로
네이버도 저온냉장 물류에 사활

◆ 제2의 배송전쟁 ◆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강변점은 롯데온에서 주문 이후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매장이다. 천장에 레일을 설치해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리프트로 올려 레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즉각 배송이 가능하다. [한주형 기자]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이 롯데마트 매장을 최대한 활용해 온라인 배송에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함으로써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 회사 측은 해마다 20% 이상씩 성장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오픈마켓 형태의 공산품 판매로는 다른 전자상거래 회사와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던 신선식품 분야부터 온라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빠른 배송을 향한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은 이미 치열한 상태다. 쿠팡,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온라인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로켓배송'과 '샛별배송' 등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오프라인 대형 점포인 이마트를 배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 110여 개 이마트 매장이 온라인 물류 처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집품하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하루 최소 200건에서 최대 3000건에 이르는 온라인 장보기 주문을 소화한다. 또한 이달 초 SSG닷컴은 지난 9월 중순 재단장 공사를 마친 대형 PP센터(Picking&Packing)인 이마트 이천점의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하루 3000건 이상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PP센터는 5곳에 그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3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선식품 카테고리는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증가하며 도드라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시장 규모가 17조원, 침투율이 15.4%에 불과했던 온라인 식품 시장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며 시장 규모가 25조원에 달했다. 침투율도 21.3%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다.

이에 쿠팡은 올해 초부터 신선식품 사업인 로켓프레시를 확대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에 한해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새벽 7시 전에 받아 볼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다. 쿠팡은 로켓프레시 풀필먼트센터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8월부터 경기도 용인에서 콜드체인(저온냉장) 전문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신선식품과 관련한 물동량을 점차 늘리는 중이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풀콜드체인' 배송 시스템도 도입했다.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물류센터에 입고되고, 물류센터에서 고객에게 도착할 때까지 상온·냉장·냉동 등 적정 온도를 유지한 채 이동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의 주문 이후 2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바로 배송'은 집 근처 롯데마트에서 상품이 출발하기 때문에 속도전에서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온라인으로 사업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도시 외곽 물류센터에서 물건 배송을 시작해 익일배송(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수령)이나 새벽배송(밤 11시까지 식재료를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수령)에는 강점을 지니지만, 2시간 내 배송과 같은 수준의 빠른 배송은 불가능하다.

롯데온이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고안한 것은 고객이 쇼핑하는 영업 공간에도 '천장 레일' 등을 설치해 피킹 스테이션을 갖춘 '스마트스토어'를 만드는 것이다.

또 오프라인 매장 뒤편에 상품 선별과 포장 자동화를 위한 설비를 설치해 '세미 다크스토어'로 바꿨다. 보통 이 같은 재단장 작업에는 마트당 20억~30억원의 설비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새로 만드는 경우에는 300억~1000억원이 든다는 점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이 같은 빠른 배송 확장 정책의 이면에는 롯데쇼핑이 야심 차게 선보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롯데온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결국 롯데온의 경쟁력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식료품(그로서리) 차별화에 있다고 본 것이다. 롯데온의 적자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의 전자상거래 부문은 매출액 240억원, 영업적자 4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40억원 감소했고, 영업적자액은 180억원가량 늘어났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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