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6G·바이오·서부 신기술..美대륙 가른 JY

이준기 2021. 11.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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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부서 바이오·6G 정조준한 JY, 서부로 이동해..
MS·아마존과 차세대 유망산업 등 놓고 머리 맞대
백악관·의회 핵심들과 접촉..반도체 공급망 등 논의
사실상 민간외교 첨병 역할..재계 '성탄절 사면해야'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방미(訪美)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대륙을 갈랐다. 동부에서 6G 네트워크·바이오 등 핵심 성장동력 분야를 정조준했다면 서부에선 차세대 기술을 집중 공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강행군을 연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말까지 반납한 채 미 정가의 거물들까지 접촉하며 ‘민간외교의 첨병’ 역할도 자임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에게 국익을 위한 더 많은 역할을 맡기려면 남은 족쇄, 즉 취업제한 등이 포함된 가석방 신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JY가 보여준 글로벌 ‘위상’

20일(현지시간)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소프트웨어(S/W) ‘생태계 확장’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받는 건 과거의 인연 때문이다. 2018년 나델라 CEO 방한 당시 두 사람은 따로 만나 인공지능(AI)·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한 양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2016년 7월엔 미 아이다호주(州)에서 열린 선밸리컨퍼런스에 나란히 참석했으며,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수시로 전화·화상회의 등을 통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어 아마존을 찾아 AI·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아마존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가하고 있는 데다, 삼성 스마트TV에 AI ‘알렉사’를 제공하는 등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로 필요한 전략 및 정보 등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관측했다. 한 관계자는 “삼성·아마존 양사 경영진은 이번 미팅을 통해 혁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광폭행보는 글로벌 경영 재개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파이어니링 본사에서 모더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 의장과 회동한 데 이어 17일엔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를 찾아 한스 베스트베리 CEO를 만났다. 이미 바이오·차세대 이동통신은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할 정도로 삼성의 핵심 성장산업 분야인 만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찾기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한 소식통은 “MS·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을 잇달아 만난 건 이 부회장의 ‘방미 비즈니스 미팅’의 2라운드 격”이라며 “5년4개월 만의 미국 출장인 만큼 추가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회동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재계 “JY 남은 족쇄 풀어줘야”

이 부회장은 서부로 넘어오기 전 워싱턴D.C.의 핵심 인사들과도 잇달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 와중에 반도체 공급망 문제·미 반도체 특별법 등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백악관·연방의회 핵심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발 가능성, 외국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한을 요구하는 미 일부 기업의 목소리 등에 대해 언급하며 우려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정·재계 핵심들과 잇달아 만나면서 한·미 양국 우호 증진에도 적잖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3년 한국 기업인 중 처음으로 미 상무부 자문기구인 ‘비즈니스 카운슬’의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양국 간 가교 역할에 관심을 뒀다는 후문이다. 비즈니스 카운슬은 1933년 당시 미 상무장관이었던 다니엘 로퍼가 기업 운영에 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창설한 회의체로,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CEO가 현안을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로 잘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면서 그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가 경제 상황 및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등을 들었다”며 “이 부회장이 제한된 신분으로도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를 펴고 있긴 하나, 성탄절 사면 등을 통해 남은 족쇄를 풀어주는 게 긴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시간으로 25일 예정된 삼성물산 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탓에 24일께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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