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자격 입증한 '효자 FA'..서튼도 엄지척, "주장 한 번 더 맡아주길"

조형래 2021. 11. 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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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주장 전준우와 래리 서튼 감독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준비된 리더’라는 수식어와 가슴에 적힌 '캡틴' 마크가 아깝지 않을만큼 올 시즌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시즌 도중 부임한 외국인 사령탑을 사로잡기도 충분했다.

롯데의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전준우(35)는 그동안 ‘준비된 주장’으로 불렸다. 2020시즌을 앞두고 4년 34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잔류했고 올해 주장 완장을 이어 받았다. 구단과 허문회 전 감독의 생각이 모두 일치했다.

그러나 최근 롯데는 주장으로 임명된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성적이 떨어졌다. ‘주장 징크스’였다. 2019년 주장이었던 손아섭은 주전 등극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주장 완장을 반납했다. 2020년 주장 민병헌은 건강 문제로 고전했다. 주장 완장은 반납하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했지만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뒤 올해 은퇴를 선언했다.

전준우 역시 이러한 징크스와 마주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타격 능력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시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졌다. 선수단의 대표로서 구단과 코칭스태프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느라 개인 성적에 신경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롯데는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에 그 어느팀보다 주장 역할을 하는 것이 고단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선후배, 구단 프런트 사이에서 명망이 두터운 ‘준비된 주장’이었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었다.

전준우는 주장을 맡고 ‘징크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잘 몰랐는데 기사보고 알았다. 하지만 조성환, 홍성흔 선배님, (이)대호 형 모두 주장을 하면서도 잘했다. 잘할 때는 부각이 안되고 못할 때 부각이 되면서 징크스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며 “야구를 하다보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징크스 신경 쓰지 않고 똑같이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실제로 전준우는 개인 성적을 놓치지 않았다. 주장 징크스를 확실하게 타파했다. 144경기 전경기 출장해 타율 3할4푼8리(552타수 192안타) 7홈런 92타점 OPS .874의 기록을 남겼다. 커리어에서 최고 타율 시즌을 만들었고 최다 안타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2018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획득했다. 홈런은 7개에 그치면서 장타력이 뚝 떨어졌지만 홈런 대신 2루타(46개)로 장타 생산력을 유지했다. 2루타 역시 리그 1위에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4할1푼6리라는 경이적인 득점권 타율로 해결사까지 도맡았다. 

전준우의 주장 시즌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시즌이 한창이던 5월,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래리 서튼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다. 분위기는 당연히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허 전 감독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 전준우였기에 현장 리더십 변화가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었다.

롯데 전준우 /OSEN DB

그럼에도 전준우는 ‘리더’로서 굳건히 팀을 지탱했고 새로운 유대감을 다시 형성했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선수단에도 과도기적인 변화가 감지됐지만 전준우는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고 아울렀다.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리더’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서튼 감독과 주장 전준우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후반기 팀은 정상궤도로 올라섰고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칠 수 있다.

개인 성적과 리더 역할 모두 만점에 가깝게 수행했다. '효자 FA'가 따로 없다. 서튼 감독은 전준우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드러내려고 한다. 겨울 휴가를 떠나기 직전, 서튼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준우가 한 번 더 주장을 맡아줬으면 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내년에도 주장을 한 번 더 맡아주고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올해 전 경기 출장하면서 야구장 안팎에서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라운드에서, 또 클럽하우스에서 좋은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내년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전준우가 한 번 더 ‘캡틴’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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