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검 확장판'인가, '쌍특검'인가..초유의 '대선 특검 공방전' 여야의 전략은?

박홍두·유설희 기자 2021. 11.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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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야가 대선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여야 유력 대선 후보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 도입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건 없는 대장동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장동 특검과 함께 자신이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위한 별도 특검 수용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특검 도입을 위한 주요 쟁점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가 커서 여야가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수사 대상에 윤 후보의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 수사 의혹을 얹는 ‘대장동 특검 확장판’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수사까지 더한 ‘쌍특검’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을 직접 겨냥한 초유의 ‘대선 특검’인 터라 수사 범위와 특검 추천 방식, 수사 기간 등을 놓고 여야 간 치밀한 수싸움과 여론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 도입을 놓고 시작된 여야의 가장 큰 대치는 특검의 수사대상·범위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면서도 윤 후보의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인척인 조모씨는 2009년 대장동 초기 개발업체가 부산저축은행에서 천억원대 대출을 받도록 알선한 대가로 10억여원을 받았지만 입건되지 않았다. 조씨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소개로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선임했고, 당시 사건 주임검사는 윤 후보였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윤 후보가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있다며 해당 의혹이 특검 수사 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으로선 이 후보의 결백함을 증명할 기회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대장동 리스크의 분산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에 대한 역공 효과도 기대한다.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선을 긋는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검과 함께 공수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위한 또 다른 특검을 도입해 ‘쌍특검’을 하자고 역제안하고 있다. 대장동 특검만 대선 전에 출범시킬 수 있다면 자신들이 연루돼 있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함께 수사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작은 손해는 감수하고서라도 여론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후보의 대장동 관련 의혹을 공격해 이득을 얻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특검의 추천 방식과 수사 기간이 걸려 있는 특검의 ‘형식’을 놓고도 여야 간 입장은 평행선이다. 국민의힘은 개별적인 입법을 통한 ‘일반특검’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현행법으로 가능한 ‘상설특검’을 선호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당론으로 대장동 의혹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4배수의 특검 후보군을 추천한 뒤 여야 합의로 이를 2명으로 압축하면,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한다.

민주당은 상설특검법을 준용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한다. 특검후보추천위는 7명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 추천하고,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변협 회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일반특검의 경우 국민의힘 입김이, 상설특검의 경우 여당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수사 기간도 쟁점이다. 일반특검과 상설특검의 차이는 수사 기간과 파견검사 인원 등의 차이로 이어진다. 국민의힘 특검법안은 파견검사를 30명까지 둘 수 있지만 상설특검은 5명으로 제한된다. 수사 기간은 국민의힘 안(1차 70일에 최장 30일까지 연장 가능)이 상설특검(60일+30일 연장 가능)보다 길다.

역대 특검 사례를 보면 특검이 임명돼 수사를 마치기까지는 준비기간 20일에 수사기간 60일, 필요시 연장 수사기간 30일 등 통상 최장 110일이 주어진다. 여야가 빠르게 합의를 한다고 해도 수사 결과가 대선 전에 나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떤 특검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어떤 범위에서, 언제 수사를 시작하게 하느냐를 놓고 여야의 유불리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쟁점들이 얽혀있는 전선인 터라 여야의 논의는 협상 전부터 난항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검 수사 특성상 여야 모두 통크게 합의하는 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지난 18일 공개적으로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천명했지만 이후 실질적인 협상 테이블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곧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만큼 이를 토대로 특검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등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면서 이들이 기소되는 시점이 오는 22일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주 초까지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정면돌파를 택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특검 도입을 최대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번주 특검법 협상을 위한 여야 회동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여당에서 논의를 하자고 해놓고 답변이 없다. 계속 기다릴 수는 없다”며 “조건 없이 특검을 한다고 했으면 조건 없이 해야 하는데 온갖 사족을 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계속 답이 없을 경우 22일쯤 여야 회동을 민주당에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 후보 본인도 조건 없는 특검을 받겠다고 한 마당이라 (특검을) 밀어부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주는 공세가 더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자기가 찍은 대통령이 당선돼 임기 중에 (비리와 관련된)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갑자기 나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여야 모두에 쌍특검을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박홍두·유설희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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