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올드보이들 몸값 높아졌다..중대재해법에 잇단 로펌행

김형주,김희래,박준형,연규욱 2021. 11.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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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처벌법 내년 시행
김앤장 100여명 전담조직
법무법인 인력 확충 경쟁에
산업안전 공직자 잇단 영입
기업들은 끙끙 앓는데.."전관복지법 전락할 우려"
"억울한 경영자 사례 속출해
너도나도 전관 도움 청할것"

◆ 중대재해법 후폭풍 ◆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로펌들이 전관 출신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높은 처벌 수준과 모호한 규정으로 기업들이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게 되면서 기업과 정부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관들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관들의 몸값이 뛰고 관련 정부 부처의 몸집이 불어난 만큼 산업재해가 줄어들지는 않고 있어, 기업 처벌을 강화해 공무원들 배만 불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해 대규모의 대응 팀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초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TF를 관련 분야 변호사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 근무 경험이 있는 100명 이상의 실무 전문가로 이뤄진 '중대재해 대응그룹'으로 최근 확대 개편했다. 국내 로펌 중 최대 규모다.

법무법인 율촌 또한 전문 변호사와 노무사, 고용부와 일선 노동청 출신 고문 등 3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율촌 중대재해센터'를 운영 중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김동욱 노동 전문 변호사를 센터장으로 한 '중대재해대응센터'를 만들어 30여 명의 전문가를 배치했다.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도 수십 명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대재해 관련 팀을 운영 중이다.

노동계 인사 모시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법무법인 율촌은 일찍이 산업안전 분야 전문위원을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냈다. 정부, 산업안전 관련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5년 이상 산업안전 관련 실무 경력을 보유한 사람이 대상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문기섭 전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을 중대재해대응센터 고문으로 합류시켰다.

법무법인 화우도 자사 노동그룹에 고재철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과 신현수 전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 최동식 전 한국건설가설협회 사무국장 등을 잇달아 합류시켰다. 박영만 율촌 중대재해센터장(변호사)은 "기업, 업종마다 안전관리 현실이 다른 상황에서 중대재해법의 추상적인 조항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고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 기업들의 자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대형 로펌들이 중대재해법 대응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는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 반면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면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경영책임자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방식이 산업재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되레 기업의 법무 비용이 급증해 로펌의 전관들만 특수를 누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1일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957명 수준이던 산업재해 사망자 수(사고·질병)는 지난해 2062명으로 100명가량 늘었다. 산업재해 감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왔지만 사망자 수가 되레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사고 사망자 수는 964명에서 882명으로 9% 줄어드는 데 그쳤다. 또 올해 3분기 기준 사고 사망자 수는 648명(잠정)으로 임기 내에 사고 사망자 수를 500명대로 줄이겠다던 정부 공약은 이미 물 건너갔다.

반면 현 정부 들어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감독인력은 2배 가까이 증원됐다.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수는 2017년 412명에서 올해 상반기 815명으로 불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 기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 사건 수사도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1만3677건이던 산안법 위반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6878건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1만1786건으로 줄었지만,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특히 기소 건수는 1만1210건에서 7765건으로 줄었지만 불기소 건수는 1977건에서 3677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억울한 경영책임자들의 법무 비용만 급증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전관들을 찾게 될 것이고 중대재해법은 '전관복지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 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형주 기자 / 김희래 기자]

'안전사고 공포증' 휩싸인 건설현장…사람 대신 로봇 쓴다

중대재해법 대응 초비상

무인 로봇으로 추락사고 방지
현대건설 "2년내 모든 현장에"
GS도 4족보행로봇 상반기 배치
건설인력 감소 역효과 우려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응 갈등에
GS·쌍용, 건설기업노조 탈퇴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회사들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 중구 필동의 한 건물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산업재해 사고가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산업용 로봇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고 나섰다. 안전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의 책임 처벌을 막겠다는 포석이지만 건설 업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법 시행에 따라 건설 현장의 고용인력 감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S건설이 최근 현장에 투입한 4족 보행 로봇`스팟`. [사진 제공 = GS건설]
2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회사들이 내년 초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로봇 도입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GS건설은 시범 운영했던 보행 로봇(스팟)을 내년 상반기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과 인프라스트럭처 공사장에 확대 배치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앞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을 건설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실증시험에 성공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유해가스 등이 많은 위험 지역에 로봇을 보내 통신이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공정·품질 현황 검토, 현장 안전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다리가 4개여서 건설 현장에서는 '로봇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GS건설 이외에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현장 투입을 전제로 실전 테스트를 전개하고 있다.

현대건설 근로자가 최근 현장에 투입된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건설]
현대건설도 올해 초 자체 개발한 무인 시공 로봇을 내년 상반기부터 건설 현장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 로봇은 근로자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리프트에 올라가서 하는 천장 드릴 타공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 이 로봇은 향후 페인트, 용접, 조적(벽돌 쌓기) 작업 등에도 확대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향후 1~2년 내 모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 5월부터 터널 공사에 무인으로 작동하는 자율 보행 로봇을 이용해 터널 내부의 시공 오류, 균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 로봇은 터널 발파 작업 직후 인력이 투입되기 전에 낙하 위험이 있는 암반 등 위험 요소를 미리 확인해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삼성물산도 이중 바닥 공사를 할 때 상부 패널을 덮는 위험한 작업을 담당할 '액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협력사와 함께 1년 넘게 개발한 이 로봇은 이미 지난달부터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 현장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고, 이달 말 평택 반도체 현장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작업 현장에서는 바닥으로부터 최대 6m 이상 높이에서 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작업자 추락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 로봇 도입으로 이 같은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건설사들이 로봇들을 공사 현장에 집중 투입하는 데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이 큰 영향을 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법이 시행되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에 로봇 도입을 서두른다는 것이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로봇 도입을 확대해나갈수록 전문 기술자들의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법 시행이 의도치 않게 일자리 감소를 유발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처벌을 놓고 건설업계 노조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쌍용건설 노조와 GS건설 노조는 각각 지난달 8일과 20일 건설기업노조를 탈퇴했다. GS건설 노조와 쌍용건설 노조는 중대재해법 사전 예방에 초점을 뒀지만, 건설노조 측은 경영책임자 처벌에 중점을 두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어왔다.

[박준형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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