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튜버·펀드매니저 말만 믿었다가.." 투자자 분노 [위기의 태양광펀드]

김경아 2021. 11.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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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태양광펀드 디폴트 위기 (2)
유튜버를 이사로 영입해 펀드 영업
금전소비대차계약 5개월만에 부도
계약서에 운용사 직인 곳곳서 발견
운용사는 "개인 일탈.. 책임 없다"

국내 한 사모전문운용사의 IB본부 이사(부동산 방송인 및 유튜버)와 소속 펀드매니저 말을 믿고 태양광발전소 관계사에 투자한 투자자 돈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를 약속받고 자금을 대여해 준 그린디앤씨(태양광발전소 관계사)가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맺은 지 5개월 만에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매니저는 잠적했고 자문계약서까지 맺은 한일퍼스트자산운용 측은 몰랐던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금전소비대차 계약···회사는 부도

2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한 결과 개인 투자자 4명은 지난 2019년 6월 태양광업체 청정발전소 관계사인 '그린디앤씨'에 총 8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줬다. 한일퍼스트운용 IB본부 소속 조모 이사와 펀드매니저 강모씨 중개로 연 12% 이자 지급 조건에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만기일은 2020년 6월 21일이었다. 그린디앤씨는 전라도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태양광업체 청정발전소의 위탁관리업체다. 하지만 계약을 맺은 지 5개월 만에 회사는 부도 처리됐다. 투자자들은 조씨, 강씨에게 항의를 했지만 이들 모두 퇴사한 상태다.

이들이 재직했던 한일퍼스트운용 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일퍼스트운용 관계자는 "강씨가 회사 몰래 꾸민 일"이라며 "당사는 추후에 알았을 뿐, 당시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개인의 일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IB본부 이사 조씨 역시 "본인도 강씨에게 속았다"며 강씨 잘못으로 돌렸다.

그나마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린디앤씨가 소유한 태양광펀드 2종 수익권을 원금대신 받아냈다. 문제는 해당 펀드도 태양광 사업의 부실화로 사실상 손실이 확정된 상태라는 사실이다. 2종 수익권자인 이들 개인은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펀드의 운용사 역시 한일퍼스트운용이다. 당시 해당 펀드 운용역은 금전소비대자 계약을 주선한 강씨였다.

■자문계약서도 "몰랐다"는데…

이와 관련, 한일퍼스트운용은 해당 금전소비대차 계약이 있는 것조차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뉴스 취재 과정에서 한일퍼스트운용과 투자자 간 맺은 자문계약서가 확인됐다.

자문계약서는 2019년 6월 21일 작성된 것으로 갑에는 피해자 이름이, 을에는 한일퍼스트운용 주식회사가 명시됐다. 해당 계약서에는 한일퍼스트운용 대표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다.

계약서에는 한일퍼스트운용이 투자자 4명에게 5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자문수수료를 받고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알선했음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사 직인이 찍혀있는 것과 관련, 한일퍼스트운용 측은 "추후에 안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문계약이 서울 여의도 한일퍼스트운용 사무실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조씨와 강씨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한일퍼스트운용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전남 곡성까지 가서 태양광발전소 시설까지 둘러봤는데, 운용사가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 방송인 조씨 영입 '논란'

한일퍼스트운용이 자산운용업계 업력도 없는 조씨를 파격적으로 IB본부 이사로 발탁한 점도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조씨의 유명세와 영업력에 기대 투자자를 끌어모으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일퍼스트운용이 조씨를 영입한 것은 2019년 4월 말이었다. 조씨는 유튜브 등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조씨에게는 부동산 투자 관련 수업을 들으려는 '제자'들이 있었다. 조씨가 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 강의 목적의 모임을 가져왔다는 게 제자들(투자자) 측 주장이다.

이들 투자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조씨)이 적극적으로 해당 상품을 안내했다"면서 조씨의 적극적인 상품 안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씨는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던진 상품 소개를 듣고 투자자들이 소개받기를 적극 원했다"고 말했다.

양 측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결과적으로 조씨 소개로 투자자들이 한일퍼스트운용을 찾은 셈이다. 조씨는 해당 회사로 영입된 지 5개월 만인 그해 9월 말께 회사를 퇴사했다. 한일퍼스트운용 측이 1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위해 무리한 투자자 모집을 요구해 회사를 나왔다는 게 조씨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일퍼스트운용 측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조씨를 의원면직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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