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민식이법 무용지물"..운전자 96%, 신호없는 횡단보도 무시했다
스쿨존서 하루종일 지켜봐도
멈춰선 차량 한대도 없어
교통법상 무신호 횡단보도서
보행자 건널 때만 정지 의무
보행자 기다려도 양보안해
정부 뒤늦게 법개정 나섰지만
국회계류 길어지며 안전 방치
◆ 어린이 교통안전 빨간불 ② ◆
이처럼 횡단보도에서 위험천만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도로교통법이 차량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량은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에만 일시정지하도록 돼 있다. 어린이가 언제 도로로 나올지 모르는 스쿨존 횡단보도에서조차도 사람이 있을 때만 정지하면 된다. 단순히 보행자가 '통행을 개시하려고 할 때'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할 의무가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서울 종로구 무신호 횡단보도 5곳에서 조사한 결과 보행자가 횡단을 시도한 185회 동안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단 8회에 그쳤다. 전체 횡단 시도 가운데 4.3%에 불과했다. 특히 다른 도로와 맞닿는 진출입로가 아닌 단일로에서는 운전자 79명 중 단 1명도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스쿨존인 초등학교 앞에서도 일시정지 규정을 준수한 차량은 36대 중 2대에 그쳤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서 단순히 대기하고 있을 때 보행자를 위해 멈춘 경우는 73대 가운데 단 1대였다.
뒤늦게 국회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반드시 차량이 일시정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8월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을 개시하려고 할 때'에도 차량이 멈춰서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차량은 보행자 통행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회부된 뒤 계류돼 있는 상태다.
국회와 정부가 방치하는 사이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광주시 한 아파트단지 앞 스쿨존에서 8.5t짜리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삼남매와 이들 어머니를 치어 유모차를 탄 만 두 살 여아가 숨졌다. 당시 횡단보도 반대 차로의 차들이 멈추지 않고 연이어 주행하는 바람에 이들은 길을 한 번에 건너지 못하고 화물차와 가까운 횡단보도 지점에 서 있었다. 화물차 운전기사 A씨가 일가족을 보지 못하고 출발하면서 참변이 일어났다. A씨는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널 때 대법원 판례와 경찰의 단속 정책이 다른 것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차량은 우회전 직후 횡단보도가 있고 신호등이 파란불이면 보행자가 없어도 반드시 멈춰서라고 규정한다. 만약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인데 사람이 없다고 지나쳐 가면 법적으로는 신호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경찰은 우회전 직후 횡단보도가 있을 때 파란불이더라도 보행자가 없으면 천천히 지나칠 수 있게 열어두고 단속하지 않는다. 사법부와 행정부 판단이 다른 셈인데, 결국 경찰은 눈을 감아주고 있지만 만약 보행 신호일 때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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