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욕들었지만..편의점서 4년만에 '550만원' 와인까지 팔리죠"

진영화 2021. 11.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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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스마트오더' 이용 급증
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서 찾아
와인 전문 MD 두고 제품 선별
단독판매 와인 10종으로 확대
안주 함께 구입해 수익성 커
서울 강남구 삼성동 GS25 파르나스타워점에서 편의점 업계 1호 와인 MD인 김유미 GS리테일 과장이 차별화 와인 `넘버3 에로이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와인은 천재 와인 메이커로 꼽히는 장뤼크 튀느뱅과 협업해 만든 고급 와인이다. [사진 제공 = GS리테일]
편의점 GS25가 전국 와인 소비자들의 '와인 숍'으로 등극했다. 고급 주류 구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서울 외 지역에서 GS25의 스마트오더 서비스 이용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최초로 스마트오더를 도입해 온라인 주류 시장을 선점한 데다 와인 품목 수와 물량이 타사를 압도하면서 주당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GS25는 일반 편의점보다 주류가 5배 더 많은 주류 특화 매장을 늘려 와인 전문 편의점으로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21일 GS25가 지난 7월 서비스를 개시한 주류 스마트오더 '와인25플러스' 이용 건수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은 전체 중 30%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경기(27%), 영남권(17%), 충청권(12%), 호남권(10%), 강원·제주(4%) 순으로 이어져 서울 외 지역 구매가 70%에 달했다. 와인 소비가 서울에 편중됐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전국 각지에서 수요가 있었던 것이다.

550만원 상당의 '보르도 5대 샤토' 와인세트가 강원도 강릉시에서 팔리고, 140만원짜리 1990년 샤토 무통 로칠드가 충북 음성에서 팔린 것이 단적인 예다. GS25 관계자는 "와인 매출 가운데 40% 정도가 비(非)서울 지역에서 나온다"며 "처음엔 지방에서 예약이 들어올까 반신반의했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스마트오더를 도입한 전략이 적중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비대면으로 결제한 와인을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주류 규제를 개선하자 GS25는 그해 7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오더를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성인 인증을 거친 뒤 온라인 결제를 한 후 수령을 희망하는 GS25 점포를 선택해 술을 가져가는 식이다. 이 규제로 반나절 단위로 돌아가는 물류망을 갖춘 GS25로서는 전국 1만6000여 개 점포를 와인 숍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평소에 구하기 어려운 와인도 집 앞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주류 업계 종사자, 애호가들 사이에서 먼저 퍼지고 와인이 유행을 타며 스마트오더 사용자가 급증했다.

와인 대중화 시대를 내다보고 업계 최초로 와인 상품기획자(MD)를 둔 과감한 투자도 유효했다. 기존 주류 MD는 맥주·소주·양주 등을 아울러야 했지만 GS리테일은 2017년 1월 1일부터 와인을 따로 분리해 전문 MD를 뒀다. 편의점 업계 1호 와인 전문 MD인 김유미 GS리테일 과장은 "당시 편의점 매장 한 곳에서 열흘에 한 병꼴로 와인이 팔리던 시절"이라며 "와인 사업을 키우자고 했을 때 회사 안팎에서 모두 '미쳤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와인 MD 주도로 해외 와이너리, 국내 와인 수입사와 관계를 쌓으며 와인 종류와 물량을 차츰 늘려갔다. GS25 앱을 통해 살 수 있는 와인은 출시 초기 150종에서 현재 4000종으로 늘었다.

'GS25만의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경영진 판단에 따라 2016년 말 업계 최초로 만든 차별화 와인도 성과를 내고 있다. 차별화 와인은 GS25에서만 살 수 있는 와인으로, '넘버9 크로이쳐'를 시작으로 현재 10종까지 늘어났다.

올해 1~9월 차별화 와인 매출 규모는 출시 초기(2017년 1~9월) 대비 15배 성장했다. 전체 와인 판매 중 차별화 와인 비중은 초기에 4.8%에 불과했지만 현재 40%로 늘어났다. '자연을 담은 와인' 콘셉트로 2018년 처음 출시한 '네이쳐' 시리즈는 누적 100만병 가까이 팔리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 와인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GS25는 와인 품목 수가 일반 편의점에 비해 5배 많은 주류 특화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희망 점주의 신청을 받아 올해 말까지 점포를 3000개 로 늘려 내년에 비중을 확대한다. GS25 관계자는 "와인은 병매율(倂賣率·다른 제품을 함께 사는 비율)이 매우 높은 상품"이라며 "와인 한 병을 살 때 치즈나 과일 같은 비싼 안주를 많이 사기 때문에 점주들이 와인 판매에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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