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코로나서 빛난 우체국 물류..K공급망 보루죠

이재철 2021. 11.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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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재작년 취임후 코로나 터져
마스크 배급등 최일선 활약
위기극복에 집배원 노고 커
재임중 1449명 새로뽑아
만성적 주6일 근무 해소
카카오뱅크 투자로 10배 이익
설립후 최고 금융수익 달성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는 데 집배원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국가 공급망의 최후 보루로 우정사업본부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달 말에 2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박종석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의 얘기다. 2019년 11월 말에 취임한 그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다름 아닌 취임 직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대면 서비스 중심의 우편 사업에 일대 비상이 걸리자 그는 감염 최소화를 위해 비대면 배달 정책 등을 세우고 현장을 돌며 직원들의 안전을 챙겼다. 2년이 지난 지금 우체국 집배원들의 코로나19 감염률은 배달종사자보다 현저히 낮다. 더 놀라운 점은 국가적 보건 비상 위기에서도 소포 사업 내실화 등을 통해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것이다.

생색을 낼 만한 성과가 많았지만 그는 일절 언론과 접촉하지 않다가 2년의 임기 끝자락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매일경제 인터뷰 요청에 임했다. 박 본부장의 첫 소회는 일선 집배원들에 대한 감사였다.

"국민은 잘 모르지만 방역과 의료에 힘쓰는 종사자들만큼이나 우리 직원들도 많은 희생을 했습니다. 마스크 배급제가 실시됐을 때 우체국이 배급 창구가 돼 최일선에서 뛰었고요. 집배원들은 대면 배달이 불가피한 법원 서류 등을 시민에게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지체되는 배달 소요 시간도 꿋꿋이 감내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우정사업본부 노조가 조합원 안전을 이유로 업무를 못하겠다고 버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모두가 뜻을 함께해 대한민국 물류 공급망의 최후 보루로서 우정사업본부가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18년 불거진 라돈 매트리스 사태 때도 우체국 집배원이 나서서 주민이 내놓은 매트리스를 우체국 집하장으로 실어 날랐다. 그는 "마스크 배급제나 라돈 매트리스 사태 때를 보면 이런 위험한 업무를 처리하는 공급망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도시는 물류망이 뛰어나지만, 농어촌과 섬 지역에서는 단 1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더라도 우체국이 마지막 전달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현장 구성원들의 이 같은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근로 시간 감축과 집배인력 증원 대책을 시행했다. 재임 중 두 차례에 걸쳐 1449명을 신규 충원하고 하루 집배원 실근무 시간을 6시간28분으로 크게 낮췄다.

박 본부장 재임 전에 월 33시간이 넘었던 1인당 초과 근무 시간은 올해 11시간대로 확 줄었다. 만성적인 주6일 근무 직원도 2019년 5585명에서 올해 160명에 불과해 대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주말 택배 물량을 민간에 위탁하고 도서·벽지·산간 지역은 월요일 배송으로 전환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민간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분들이 우정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배달 건별로 수익을 올리는 민간 배달과 달리 우정직은 보수가 정해져 있지만 안정적인 공무원 신분인 데다 근로 여건도 계속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집배 근로 여건을 개선하면서 커진 지출 부담을 원가 구조 개선과 유휴자산 매각 등 자신의 전문 분야인 경영 혁신으로 완화시켰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우정사업본부 역사상 최고 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며 만루 홈런을 날렸다. 2015년 카카오뱅크가 설립될 때 92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것이 지난 9월 1조1000억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익률만 무려 1095%에 달한다.

박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는 예금과 보험을 합쳐 140조원을 운용하며 국민연금 다음으로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다"며 "금융자산 운용 수익을 기반으로 올해 2조원 정도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며 거둔 역대 최고 실적의 공로를 그는 현장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박 본부장은 "이 같은 혁신의 결과물은 우정사업본부 역량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2019년 11월에 취임했을 때 구성원들이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30여 년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우정사업본부에 몸담아 온 정통 '우정맨' 출신이기 때문이다. 역대 우정사업본부장 중 본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가장 길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정통 우정맨'이라는 이력이 경영 성과 측면에서는 그리 큰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내부에 오래 있었던 최고경영자(CEO)라서 실무 현안을 빨리 이해하고 서로 속마음을 파악하는 편리함이 존재하죠. 그런데 이런 장점이 오히려 의사 결정 과정에서 그 조직에 편협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다종다양한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조직의 큰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보면 내·외부 출신이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달 말에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그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국가 공급망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우체국의 가치를 강조했다.

"울릉도든 백령도든 우리는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면 다 갑니다. 이게 바로 보편적 서비스죠. 배달뿐만 아니라 반품 등 픽업 부문에서도 우체국은 민간 서비스 대비 가장 뛰어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이어 가겠습니다."

▶▶ 박 본부장은…

△1965년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행정학과 △행시 31회 △2008년 우정사업본부 경영혁신팀장 △2013년 부산지방우정청장 △2018년 서울지방우정청장 △2019년 충청지방우정청장 △2019년 11월~ 우정사업본부장

[이재철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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