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 속 치르는 칠레 대선..극우 vs 최연소 좌파 맞대결

윤기은 기자 2021. 11. 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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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빈부격차에 분개한 대규모 민중봉기가 일어난 이후 개헌이 단행되고 있는 칠레가 한번 더 기로에 섰다. 21일(현지시간) 총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시장주의를 옹호하는 극우 후보와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좌파연합 후보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차기 대통령은 칠레 정부의 향후 시장 정책과 제헌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선 후보는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 하원의원이다. 여론조사업체 아틀라스인텔이 지난 6일 발표한 조사 결과 카스트 후보는 27.2%의 지지를 받아 2위 가브리엘 보리치(35) 후보(21.9%)를 앞섰다. 하지만 보리치 후보도 지난 4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4%를 기록하며 카스트 후보(23%)를 1%포인트로 근소하게 앞서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열리는 대선에서 과반표를 얻은 당선자가 없으면 다음달 19일 득표 1, 2위 후보 간 최종 결선투표가 열린다.

칠레의 우파는 2019년 대규모 시위 이후 힘을 잃었다. 시위 당시 칠레 서민층은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이 30페소(약 50원)인상된 데 분노했다. 시위대는 교육, 의료, 노동 등 칠레 사회 전반 분야에 널린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후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정권 당시 만들어진 신자유주의 성격의 헌법을 고치기 위해 제헌의회를 구성했다. 지난 5월 실시된 제헌의회 선거 결과 155석 중 우파 여당연합 ‘칠레를 위해 가자’는 3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 의석은 좌파 연합, 중도 성향의 무소속 후보, 칠레 원주민 공동체 소속이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국가 실현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보리치는 올해 들어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 7월 좌파연합 ‘존엄을 인준하라’(AD)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발상지였지만, 또한 무덤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 그는 민영화된 연금·교육·보건 시스템 등의 근본적인 개혁을 공약했다. 여성 인권, 기후위기, 무상교육 등 분야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겠다고도 약속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지지자들은 당선시 칠레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되는 보리치가 불러올 세대교체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좌파연합 대선후보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칠레 카사블랑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카사블랑카|AP연합뉴스


하지만 선거운동 막바지에 다다르자 칠레의 보수당인 공화당 대표 카스트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10월 중반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던 보리치 후보의 지지율을 처음으로 제쳤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자유, 법과 질서의 수호, 가족의 힘 등 세가지 보수적 원칙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세율과 국세지출 감축, 국가 경제 개입 규모 축소 등을 주장하며 신자유주의를 지지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동성결혼, 임신중단 등에도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카스트 후보는 불법 이민자들이 몰리는 국경에 “큰 도랑을 파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최근 베네수엘라, 아이티에서 몰리는 난민들에 대한 강경책을 내세우며 지지를 얻었다. CNN은 좌파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스트 후보가 유일하게 강경 보수 노선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점도 그가 표심을 얻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칠레 개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헌의회가 새로운 헌법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은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스트 후보는 지난 12일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제헌의회가 만든 헌법이 칠레의 안정에 위험이 될 경우 (새 헌법에) 반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는 2018년부터 보수당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집권해왔다. 부패 스캔들로 탄핵 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탄핵안 상원 부결로 간신히 자리를 지킨 피녜라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내년 3월11일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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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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