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발표하면 中 대사관서 곧바로 전화와" 살얼음판 걷는 기업들

김성은 기자 2021. 11. 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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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관련한 어떤 사업이나 투자를 진행한다는 식의 국내·외 보도가 나오면 주한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해당 기업에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사실 파악차 연락이라 하더라도 요즘처럼 G2(미국·중국) 갈등이 첨예한 때 이런 연락 받으면 행여 그룹 전체에 불똥이라도 튈까 바짝 긴장하게 됩니다."

국내 한 재계 관계자가 전한 최근 기업 풍경이다. 미중 양국이 경쟁에서 동맹국 줄세우기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두 나라를 모두 최대 교역지로 둔 한국의 기업들 고심이 날로 깊어진다.

'10년 만에 방한' 미 USTR대표, 한국 기업인들 만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강조
지난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미국대사관 등은 공동으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및 한미 재계 대표단 간 만남(특별 리셉션)을 주관했다.

양국 간 상호 윈·윈의 산업협력 및 향후 원만한 통상 이슈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관계 강화 차원에서 자리가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급하게 일정이 조율됐던 점, G2 갈등이 지속 중인 와중에 이런 자리가 마련된 점 등을 들어 참석 기업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리셉션 개최 전 한 기업 관계자는 "혹여라도 중국 투자를 제한한다든지, 이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발언이 있을까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장, 임원 등 '어떤 급'의 관계자가 참석해야 하는지도 기업별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리셉션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GS글로벌, 한화솔루션, CJ대한통운, 효성, DB하이텍, 삼양 등에서 부사장~사장급 임원진이 참석했다.

오후 6시부터 약 한 시간 가량 이어진 리셉션에서 타이 대표는 상호호혜적 관계 강화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모색을 위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비전에 대해 강조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 의사를 밝히자 이에 대응해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을 강화할 새로운 경제 틀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견제를 암시할 미국의 '새 프레임워크'가 구체화되면 한국은 가입 여부를 두고 고민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다음 어디? 미중 전략 물자화·공급망 재편에 기업 '전전긍긍'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상위 10대 수출국 중 1위는 중국(1325억6500만달러), 2위는 미국(741억1600만달러)으로 양국이 금액기준 우리나라 수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9% 14.5%다.

같은 기간 수입국 1위는 중국(1088억8500만달러), 2위는 미국(574억9200만달러)으로 각각 수입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3%, 12.3%다.

한국 교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두 나라 간 경제 갈등은 우리 기업들 경영에 있어 주요 변수로 작용 중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인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특정 국가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이 자칫 G2 중 어느 한 곳 편을 들겠다는 신호로 읽힐까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된다"고 토로했다.

당장 재계는 지난 18일 외신을 통해 보도된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이 미중 기술 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중국 우시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한 시선으로 양국 상황을 살피고 있다.

미국이 이미 자국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반도체 업계를 상대로 실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다른 산업도 언제든 '다음 타깃'(목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중 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갖추었거나 갖출 예정인 국내 배터리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배터리 원가 약 70%가 재료비인데 중요 소재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50~100%에 달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배터리 소재를 비롯해 희소 금속을 전략 물자화해 돌연 수출을 제한시킨다거나, 반대로 미국이 중국산 원재료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길 가능성 모두를 예상해 볼 수 있다"며 "당장 그럴 움직임은 없다고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기업들로서는 공급처 다변화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경제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다. 미국은 2022년 11월에 치러지는 상원의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중국도 2022년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집권 3기를 맞이한다. 양국 모두 정치 세력 집결에 현재의 갈등 관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7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미국 워싱턴 통상전문가 간담회'에서 전 미국 상무부 법률 정책 고문을 지낸 스테이시 에팅어 파트너 변호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국가주도형 경제체제가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 협력 체제를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두 양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 처한 최근의 대외 현실은 개별 기업들이 해결책을 강구하기 상당히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우리 기업들이 최대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정부의 보다 긴밀한 외교 대응 및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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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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