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료 코발트 풍부한 콩고, 미중 전장으로.."식민주의 재연" 우려도 나와

김유진 기자 2021. 11. 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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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코발트가 풍부한 콩고민주공화국(DRC)은 미국과 중국 사이 불꽃 튀는 자원 경쟁의 무대다. DR콩고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미국이 주로 서구와 아시아의 동맹 정상들을 불러모은 ‘공급망 정상회의’에 초대되기도 했다.

DR콩고의 코발트 광산 실태를 조명한 뉴욕타임스의 20일(현지시간) 탐사보도를 보면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매달리는 전기차 산업 전반에 미·중 간 각축전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현실이 드러난다.

신문은 본문만 3만3000자가 넘는 기사에서 “DR콩고의 천연자원을 발견하거나 사용하려는 외부인들은 해묵은 식민지 시대 패턴을 좇아가고 있다. 청정에너지 혁명이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착취와 탐욕,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변칙 플레이의 악순환에 갇혀 좁은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발트는 리튬·니켈·흑연과 더불어 전기차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특히 고용량 전지 개발을 좌우하는 광물이다. 전 세계 코발트의 3분의2 가량은 DR콩고 땅에 묻혀있는데, 채굴 과정에서 아동노동 착취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중국측 뤄양 몰리브덴(CMOC) 사가 DR콩고 내 최대 코발트 광산인 텡게 풍구루메를 2016년 4월 매입한 데 이어 지난해말 키산푸의 광산까지 사들인 것은 미국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콩고 내 코발트 생산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긴 미국은 호주 캐나다 등 동맹들로부터 코발트를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현재 콩고 내 코발트 광산 19개중 15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구리 광산도 보유하고 있다.

신문은 “중국의 목표는 완성차 제조국과 무관하게 배터리 금속 원료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같은 행태가 20세기 초반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맞아 헨리 포드가 아마존의 고무 플랜테이션에 투자했던 일을 상기한다고 꼬집었다.

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경우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한국은 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92%로 매우 높기 때문에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콩고 정부는 지난 8월부터 낙양 몰리브덴 사의 계약 의무 이행을 감독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했다.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은 NYT에 정부 위원회의 초점은 어느 해외 세력이 콩고 광산을 지배하도록 결정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략 금속이나 강물(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놀라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자원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먼저 콩고 주민들, 또 아프리카인들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NYT는 몰리브덴 사가 원래 미국 소유의 풍구루메 광산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가 몸담았던 사모펀드가 관여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당시 사모펀드 이사로 있던 헌터가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헌터가 취재에 응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채굴 광산 텡게 풍구루메(Tenke Fungurume) 전경. Freeport-McMoran 홈페이지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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