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기부금, 엉뚱한 단체 車구입에 쓴 장애인단체장

김준호 기자 2021. 11. 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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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청사./조선DB

장애인 관련 시설 실태조사에 사용한다며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장애인과 관련도 없는 단체로 보내 차량 구매금으로 사용하게 한 장애인단체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5단독 안좌진 판사는 업무상 횡령 및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남의 한 장애인단체 대표 A(58)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쯤 한 금융기관 사회공헌부로부터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로 실태조사’ 사업과 관련해 2500만원의 기부금을 후원받았다. 기부금품법 상 기부금품은 모집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이외에는 모집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A씨는 기부금 중 2100만원을 B단체로 송금했다. 이 단체는 장애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에서는 A씨가 송금한 돈으로 차량을 구매했다. 나머지 기부금 400만원은 A씨 자신이 대표로 있는 기관 산하 장애인 사업장에 보냈다. 이 돈 역시 사무기기 등을 구매하는데 사용됐다.

A씨가 대표로 있는 장애인 단체는 기부금을 낸 금융기관엔 장애인 보행로 실태 조사를 했다며 조사요원 수당과 홍보비 등에 2500만원을 썼다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기부금품법 위반 뿐만 아니라 업무 상 보관하던 재물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도 추가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당초 B단체에 후원하기로 한 돈이었지만, B단체가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되지 않아 지정기부금단체인 우리 단체로 지급받은 뒤 향후 B단체로 우회 지급하는 것으로 상호 협의했던 것”이라는 취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기부 대상은 명확히 A씨가 회장으로 있는 장애인 단체였고, 기부 목적 역시 ‘보행로 실태조사 사업’으로 특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제1금융권 금융기관의 기부금 지급은 기부 대상이 되는 단체와 기부 목적, 사용용도가 정확하게 특정돼 내부결재를 거쳐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부금을 낸 금융기관과 당시 기부금 담당 직원이 수사기관과 법정에 출석해 A씨가 주장하는 기부금 순차 지급과 우회 지급을 약정한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안 판사는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없고, 모집 목적 외로 사용한 금원을 개인 목적으로 편취한 것은 아니며 이미 해당 금원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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