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전개미 권감각 "빨래 개면서 하소연했는데 떡상했죠"

최지윤 2021. 11. 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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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아줌마 유튜버, 웃픈 개미투자 얘기·가정사 수다 등 폭발적 인기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튜버 권감각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2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발 '동학개미운동'이 일었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그 중심에는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가 있었다. 개미투자자들은 앞다퉈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초 9만원을 돌파하며 '10만전자' 기대감을 높였지만,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하락세를 탔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종가는 7만1200원으로, 1월11일 장중 고점(9만6800원) 대비 하락률 약 26.4%에 이르렀다.

유튜버 권감각(37·권지혜)도 개미투자자 중 한 명이다. 주식 책 한 번 사본 적이 없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주식을 최고점대 1000만원씩 매수했다. 올해 2월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하나로 소위 떡상'(급격한 상승을 뜻하는 은어)을 했다. 제목은 '집에서 빨래 개던 아줌마가 주식에 1000만원 박으면 생기는 일...'이다. 조회수는 72만회를 넘었으며, 댓글은 2만7000개 이상 달렸다.

영상에서 권감각은 "건조기는 LG 쓰는 주제에 감히 삼전을 넘봤다"며 "삼전도 안 망해. 대한민국도 안 망해. 근데 내가 망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내가 결혼은 빨리 했는데, 매수는 늦게 했다. 9만 전자 갈 때 사람들이 '가즈아~좀 있으면 10만 전자 되는데, 너 삼전 안 살 거야? 혼자 거지 될 거야? 언제까지 안 살 거야?'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9만8000원에 샀다"며 "현대차도 최고조일 때 샀다. 얘네도 애플이랑 뭐 한대. 나 아이폰 쓰는데, 현대차랑 애플이 만들면 얼마나 예쁜 게 나올 거야. 그날 1000만원씩 샀다. 오늘 날짜로 -10%를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약 7분 짜리 영상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 들린 듯한 입담과 웃픈 에피소드가 공감을 이끌었다. 네티즌들은 '주식 떨어져서 힘들 때 힐링하고 간다' '너무 웃겨서 배꼽 잡고 쓰러졌다' '주식 앱 깔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 영상 보고 정신 바짝 차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에도 권감각은 '물타기 벽타기 하다 지친 삼전아줌마 근황' 등의 영상을 공개하며 주목 받았다.

"그 때 빨래를 개려고 앉았는데 안 개지더라. 영상이 짧지 않았느냐. 대본도 없고, 거의 반포기 상태로 한 말이었다.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만 해도 안 사면 바보 등신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후 물타기 하면서 더 샀고, 지금은 삼전을 '반려주식' '삼성굿즈'라고 생각하고 있다. 절대 안 팔 거라서 백살 때 다시 영상을 찍겠다고 했다. 이 영상으로 떡상을 했는데, 아줌마가 빨래 개면서 하소연하는 걸 많은 분들이 좋아할 줄은 몰랐다. 물론 '우리 리딩방 들어와라' '무료로 도와주겠다'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웃음)"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튜버 권감각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21. xconfind@newsis.com


권감각은 네이버 블로거 1세대다. 2011년부터 블로그를 시작, 1년 만인 2012년 파워블로그에 등극했지만 점점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이동하는 것을 느꼈다. 2019년 뒤늦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블로그 팔로워가 꽤 됐던 만큼, 처음에 유튜브 구독자도 3000~4000명은 확보하고 시작했지만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권감각은 "사실 블로그 1세대로서 탑을 찍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변화가 싫었다"며 "주변에서 '왜 유튜브 안 해?'라고 하는데 너무 하기 싫었다. 블로그는 텍스트, 유튜브는 영상 기반이라서 많이 다르다. 진입장벽도 높아서 초반에 콘셉트 잡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1년 정도는 헤맸다"며 "주변에서 '유튜브는 그게 아니라…감성이야' 등 조언을 많이 해줬지만 이질감을 느꼈다. '뷰티가 돈이 된대'라는 말에 혹해 뷰티 콘텐츠도 찍고 브이로그 등 다 해봤다"며 "결국 아무 생각없이 빨래 개면서 주저리 주저리 얘기 했는데 터졌다"고 귀띔했다.

권감각은 다른 유튜버처럼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중간에 많은 시도를 했지만, "뭘 하려고 하는 순간 방향성을 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아이폰과 소니 '똑딱이 카메라'로 촬영하는 이유다. 마이크도 없다며 "구독자들이 나에게 원하는 건 퀄리티가 아니다. 정보성을 원하는 게 아니라, 동네언니랑 수다 떨면서 쉬러 들어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빨래 개기 콘텐츠 다양화는 시도하고 있다. 메추리알 콘텐츠, 가사노동 시리즈, 게스트 출연 등으로 변화를 줬다. 그동안 내 얘기만 했다면, 인스타그램 DM 등을 통해 받은 사연도 들려주고 있다. "다이렉트 메시지가 엄청 온다. 개인사부터 남편 바람 난 사연까지 다양하다"면서 "난 특별히 잘난 게 없다. 친구, 옆집 사람 같아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 가끔은 궁금하다. '아줌마가 빨래 개는 걸 왜 볼까?' 싶다"며 웃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튜버 권감각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1.21. xconfind@newsis.com


10세 연상 남편도 큰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반려견 '포도', 친정어머니와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권감각은 "남편은 아직도 구글 아이디가 없다. 당연히 권감각 채널 구독도 안 하고 있다. 유튜브에 자기 모습을 올리지 말라고 하는데, 보면서 또 행복해 한다"며 "항상 남편은 '지혜야, 너는 네티즌이야. 아줌마다. 나대지 마'라고 한다. 남편과 브이로그는 카메라도 안 들고 핸드폰으로 몇 십초씩 나눠서 찍는다. 당연히 콘티도 없고, 찍을 때도 일한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남편의 개그 감각은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입담은 물론 주위 사람마저 즐겁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가 인기 비결 아닐까. '우울증이 심했는데 유일하게 힐링하는 시간'이라는 댓글을 보면 책임감도 느낀다. 최근에는 '권감각 빨래개기 콘텐츠 유니폼 굿즈'도 선보였다. 권감각 캐리커쳐가 들어간 보라색 잠옷이다. 빨래 개는 모습, 주식으로 날린 돈 1000만원, 빨래통 등을 디자인에 넣어 재미를 더했다.

"운칠기삼이라고 하지 않느냐. 유튜브 하고 싶어서 장비 사고 아카데미 다니는 분도 있는데, 난 운이 좋았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급여도 많지 않았다. 블로그에 회사 제품 홍보 글을 올린 계기로 마케팅팀으로 옮기게 됐다. 그 때 '이거구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한 직장을 10년 이상 다닌 분들을 존경한다. 적게 받으면서 많이 일하는 게 쉽지 않지 않느냐. 그에 비하면 난 정말 행복하다."

권감각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3만 명이다. 초반에 MCN회사와 계약했지만, 3개월 만에 나온 뒤 혼자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유튜브 촬영부터 편집까지 혼자 다 했지만 요즘은 자막, 더빙 등을 편집자에게 맡기고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도 운영 중인데, 일상 콘텐츠와 공동구매 계정을 분리했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나를 신뢰해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사람은 다르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광고 콘텐츠를 올릴 때도 "밸런스 조절에 신경 쓴다. 그동안 해오던 영상과 결이 다르면 안 된다. 광고인 걸 알리되 이질감이 느껴지면 안 되고, 내 일상에 녹아들어야 된다. 너무 럭셔리한 제품이 들어와서 거절한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튜버 권감각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21. xconfind@newsis.com


권감각에게 유튜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매개체다. "엄마가 날 낳아줬고, 네이버는 관종의 길을 열어줬다. 유튜브는 날 길러준 보모다. 구글에 입양 당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 우울만 파면 된다고 하지만, 유튜브는 다르다며 "어느 정도 콘텐츠를 올렸을 때 반응이 없으면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가 말 잘 하는 게 장점인 줄은 몰랐다"며 "주변에 많이 물어봐야 한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장점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튜버로서 삶도 힘든 면이 없지는 않다. 퇴근시간이 없어서 "생각이 꼬리를 문다. 다음 영상, 키워드 등을 계속 생각해 머리가 쉬지 않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직장 다닐 때보다 클 수 있지만, 출퇴근 안 하는 게 어디냐"면서 행복해 했다. "신기하게 새로운 콘텐츠는 계속 나온다"며 "난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니까.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으니 엄마랑 여행도 많이 다니고 브이로그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더 이상은 무섭지 않았다. 텍스트에서 영상 기반으로 플랫폼이 넘어갈 때 너무 걱정했는데,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빨래를 개는 입장에서 목표를 세우는 건 너무 거창하다. 권감각 채널을 보면 얻어가는 건 없지만, 소소하게 옆집 언니처럼 상담해주니 외로우거나 힘들 때 가끔씩 찾아왔으면 한다. 남편이 소소하게 사는 게 행복하다고 하는데, 나도 지금이 딱 좋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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