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오토랜드, 이전 혹은 전환 갈림길

손봉석 기자 2021. 11. 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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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양기대 의원실 제공


미국에는 ‘모터랜드’로 불리다 쇄락한 도시가 있다. 영화 ‘로저와 나’(Roger & Me, 1989)는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자 한 지역 공동체가 소멸하는 과정을 담기도 했다. 자동차 공장이 있는 전 세계 도시들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인해 지역 소멸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시장 박승원) 소하동에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 이하 오토랜드)이라는 자동차 공장이 있다. 이곳 소하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난 19일 ‘광명·시흥 글로벌 전기차 집적단지 조성 지역 간담회’가 양기대(광명을), 문정복(시흥갑), 임오경(광명갑) 등 국회의원이 3명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선진국들이 전기차 양산을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으니 빠른 대응을 위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 ‘전기차 집적단지’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2일 한 자동차 제조사가 “2040년부터 경유나 휘발유를 연료로 한 차량을 팔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선보인 전기차 EV6. 기아 제공


이에 앞서 기아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EV9’ 콘셉트카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EV9은 전기차 생산라인이 도입될 것으로 알려진 오토랜드에서 만들어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선 2023년쯤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라인이 들어설 것이라는 풍문도 돌고 있다.

전기차를 위한 새로운 생산단지 건설에 대한 논의도 계속 나오고 있다. 양 의원 등이 구상을 밝힌 ‘글로벌 전기차 집적단지’는 오토랜드를 광명·시흥 3기 신도시로 이전해 대규모 전기차 생산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현재 오토랜드의 전기차 공장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주민들 민원과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진정한 전기차 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전이 필요한 형편이다.

양 의원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정부, 지자체, 기아차 노사 그리고 지역주민과 함께 뜻을 모아 혁명적 발상으로 도전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도 “천우신조와 같은 기회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탄소제로 선봉장으로 설 수 있다”고 전했으며, 임 의원 역시 “다음 세대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광명에서 맘껏 일하고 행복한 삶을 꾸리는 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권에 위치한 신도시에 글로벌 전기차 집적단지가 조성될 경우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 반도체 및 배터리 등 관련 기업 유치, 인천공항 및 경부고속철도나 고속도로 연결에 따른 물류배송 등에 이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행정적인 절차와 인허가, 현재 공장 신도시 이전에 따른 시기상 불일치 등의 어려움이 본격적인 추진을 막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로저와 나’(Roger & Me, 1989) 스틸. 자동차 공장 폐업 후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시의 몰락과 지역 공동체 해체를 다뤘다.


지역주민 일각에서도 오토랜드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을 요구하는 바탕에는 오토랜드가 17만평 그린벨트 위에 세워져 민원이 이어진 탓이 크다. 소하 휴먼시아 7단지 입주자회의 최인선 회장과 박희원 감사는 “이전 추진은 늦은 감이 있다”며 “환경문제가 크다. 특히 페인트 냄새 등 악취로 고생해 왔다”고 말했다. 공장 이전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재래식 생산라인 교체 비용과 이후 전기차 생산 효용성도 문제로 지적한다.

전기차 생산을 위한 시설이 설비 전환이 될지, 새 단지 이전이 될지는 결국 ‘시차와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2024년까지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해 2026년에 11종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모두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아차 입장에선 2024년까지 공장을 이전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광명·시흥 3기 신도시는 계획이 추진된다고 해도 2025년에 착공해 2031년 준공될 예정이다. 현재 지역에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오토랜드 이전에 대한 논의가 이런 시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스포츠세단 스팅어 단종이 하나의 좌표가 될 전망이다. 기아 측이 이전이 아닌 기존 공장을 전기차 생산 기지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린다면 물리적으로 2022년 2분기쯤 스팅어부터 ‘공식적으로’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장이 있는 도시들이 전기차로 인해 사라지는 사태를 막으려고 가장 빠르게 대처하는 나라는 ‘로저와 나’의 배경이 된 미국이다. 미국 의회는 1100조원 규모의 인프라예산법을 제정하는 등 전기차 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기대 의원실 제공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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