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택치료 컨트롤타워 24시..수화기 너머로 "발열 있나요?"

박준용 2021. 11. 21. 12: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한림대강남성심병원 재택치료관리팀 르포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재택치료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지난 18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재택치료관리팀 김선미(34) 간호사가 수화기를 들 준비를 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12살 아이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받는데, 오전에 발열이 있다고 해서 걱정했던 차였다. 다행히 정오께에 확인해보니 열은 조금 내렸다고 했지만, 기록해두고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오늘처럼 미성년자이거나 고령인 환자는 보호자와도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눈다. 혹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을까 염려해서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병원은 영등포구청과 협력해 이 지역 코로나19 재택치료자 100∼120여명을 관리한다. 간호사 4명, 의사 5명이 재택치료를 전담했다. 직접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보통 진료에서 나누는 대화보다 더 자세하다고 김 간호사는 설명했다. 환자 기록을 보고 “저번에 있다던 두통은 어떤지” 등 세세하게 묻는다.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다른 증상들이 발현됐는데, 소통을 하지 않으면 조처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있는 환자는 한번에 5분가량 통화하기도 한다. 이후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비대면 진료를 받거나, 약처방을 받기도 한다. 환자들은 단지 신체적 증상만 호소하지 않는다. 김 간호사는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재택치료자가 있어서 오랜 대화로 심리적 안정을 찾게해주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밤에도 긴장을 늦추기는 어렵다. 오후에 괜찮던 환자도 급속도로 몸이 나빠지기도 한다. 이 병원이 전담하던 50대 재택치료자 밤 10시 이후 산소포화도가 88%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혈액 산소포화도는 95~100%이며, 94% 이하는 중증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당시 환자 쪽에서 구청 재택치료전담반과 병원에 연락이 와서 급하게 구급대를 통해 인천 지역에 중환자 병상이 남은 곳으로 이송했다. 이 병원 재택치료관리팀을 지휘하는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코로나19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져도 호흡곤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며 “그러다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중환자실로 가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집계를 보면, 21일 0시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는 5118명이다. 그만큼 재택치료자의 분류와 물품지원 등 행정적 지원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도 중요해진 시점이다.

18일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에 마련된 구청의 재택치료전담반 상황실을 찾았을 때, 전담반은 재택치료 절차 안내, 물품지원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담반은 보건소 평가 뒤 재택치료가 가능하고, 본인이 재택치료에 동의한 이들에 대한 행정지원을 한다. 대상자는 호흡곤란 등 입원요인이 없는 무증상·경증 확진자다. 독립된 주거환경과 의사소통이 되는 경우 재택치료를 허용하고 있다. 60살 이상일 경우 예방접종완료시에만 가능하고 60살 이상과 미성년,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확진자는 보호자가 공동 격리하면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만 70살 이상 확진자를 두고, 접종 완료 후 돌파감염된 경우 돌봄 보호자가 있는 한 재택치료를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늘렸다.

이날 구청 전담반은 ‘재택치료 키트’를 쌓아두고 분류하고 있었다. 재택치료대상자로 지정되면 이 키트를 안내문과 함께 택배로 집에 보내준다. 이 키트에 손가락에 끼워쓰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있다. 보호자용 보호복, 어린이용과 성인용 감기약·해열제 등도 담겼다. 무증상자는 확진일로부터 10일, 증상이 있으면 증상 발생 후 10일 간 재택치료를 받는데, 이 기간에 요긴하게 쓰인다. 이승찬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팀장은 “재택치료키트는 질병관리청에서 수요조사를 해서 각 시도에 보내준다”면서 “(재택치료) 초반에 수급이 불안정한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 수급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과 함께 재택치료는 급증하는 추세다. 16일 재택치료 대상자가 4165명이었던 것과 견줘 5일 만에 천명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등의 영향이다. 기존 재택치료 시스템에도 보완작업도 이뤄져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인력이 증원돼야 한다. 이 교수는 “재택치료자가 많아지면 전담인력을 뽑아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라며 “지금은 (돌볼 수 있는 재택치료자) 150명이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응급의료체계 개선도 과제다. 앞서 한림대병원이 재택치료를 맡다 밤늦게 응급이송된 환자의 경우, 즉시 중환자 병상 배정이 되지 않았다. 한림대병원이 잠시 응급실에서 이 환자를 보겠다고 알렸는데, 이후 다행히 다른 지역 중환자 병상이 마련돼 환자는 그곳으로 이송됐다. 관리하는 병원과 응급 시 입원할 병원이 따로여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재택치료 환자가 상태가 나빠졌을 때 관리하는 병원에 입원하는 게 제일 좋다”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환자들이 진단부터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