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환율 어디로③] 한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류난영 2021. 11. 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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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930.17)보다 5.25포인트(0.18%) 내린 2924.92에 마감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87.75)보다 4.90포인트(0.50%) 오른 992.65,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80.90)보다 0.1원 내린 1180.8원에 마감했다. 2021.11.1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해 초 1090원대에 불과했던 원·달러환율이 지난달 평균 1180원대로 크게 올랐다. 지난달 원·달러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등 연중 최저치와 비교해 110원 넘게 차이가 벌어지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내외 악재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종가 기준 10월 평균 원·달러환율은 1181.87원으로 올 1월 평균(1099.03원) 보다 82.84원이나 올랐다.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12일 전 거래일(1194.6원) 보다 4.2원 오른 1198.8원에 마감하면서 지난해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2개월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연간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 4일(1082.10원)과 비교하면 116.7원이나 차이가 난다.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장 중 한때 1200.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장중 기준으로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8일(1201.0원)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달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기업과 개인들도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보다 65억7000만 달러 증가한 1007억7000만 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개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맡긴 외화예금을 뜻한다.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 등 달러를 대량 보유한 거주자들이 내다 팔기 때문에 외화예금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예금도 늘어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 기대로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시장에 달러를 풀지 않고 있어 달러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고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 위기,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발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높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투자심리 악화로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원화 가치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3조8486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은행 역시 이 같은 원·달러환율의 급격한 움직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한은은 매년 2월, 8월, 5월, 11월 네 차례 경제전망을 내 놓으면서 원·달러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전제해 경제성장률, 물가 등의 전망치를 발표하지만 구체적인 원·달러환율 전망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이기 때문에 내부 전망 수치가 공개되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달의 경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 추세에 비해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는 1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27.3%의 상승률을 보였다. 휘발윳값은 26.5%, 경윳값이 30.7%, 자동차용LPG 값이 27.2% 급등했다. 2021.11.02. misocamera@newsis.com

한 금통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배경으로 역외투자자의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의 요인이 거론되고 있는데, 문제는 달러화 강세 정도에 비해 과도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라며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원화가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서 근래에 불거지고 있는 중국 관련 여러 이슈들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국내 외환시장이 아직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실물경기 측면에서 환율 상승의 긍정적인 영향이 부각되는 모습이나, 만일 외화자금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악화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대외건전성 측면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최근 외화 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외화자금시장과 외환시장 간의 괴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역외 NDF 매입,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세 등과 관련되는 것으로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나 관련 동향을 계속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 추세가 바뀌고 있다. 달러 강세에 비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가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지난 16일 95.92로 마감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장중 한 때 96.24로 장중 기준으로 연고가를 경신했다. 달러인덱스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해 3월 103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6.2% 상승하는 등 1990년 12월 이래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매판매 지표도 전월 대비 1.7% 상승해 시장 예상치(1.5%)를 웃돌았다.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는 높아진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하면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은 영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물가상승 압력이 큰데 미국의 테이퍼링 시기가 앞당겨 지면서 원화 약세가 높아질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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