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블록체인은 '신뢰의 기술'이다.

안호천 2021. 11.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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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2021년은 그 어느 때보다 가상화폐 이슈가 국민 관심사로 대두된 한 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상화폐 생태계를 구현하는 데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가치는 기술을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얼마나 요긴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우리 인류가 오랜 기간 고민해 왔던 문제를 해결하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안을 제시한 기술이다. 이러한 점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가 가상화폐에 가려진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간 인류는 물건을 서로 사고 팔거나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수행할 때 상호 믿을 수 있는 '신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일례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동일한 계약서 2부를 작성해 중간에 도장 내지 서명으로 날인하고 거래 당사자가 서로 나누어 갖는 등 방식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자동차와 부동산 거래 때에는 등록증을 살펴보는 게 필수 과정이 됐다. 부동산, 자동차 등 경우에는 이전에 해당 매물을 소유한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 소유주가 변경됐는지에 대한 세부 내역이 전부 남아 있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해당 물건을 구매해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자동차 등록증에 기록된 내용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 등 국가기관 차원에서 관련 내용이 엄정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는 증권거래, 식자재 유통, 온라인 유통, 금융거래 등에 적극 개입하면서 이러한 거래 관계에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 이러한 사실은 달리 표현하자면, 국가기관 개입과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는 거래의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국가기관 개입이 없는 분야는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처럼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적시에 관련 제도를 완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산업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정부와 같은 중간 관리자 없이 다양한 거래가 수반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블록 단위로 저장하고 이 블록들이 체인 형태로 서로 연결되어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때 블록 형태로 저장된 내용은 특정 컴퓨터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참여하고 있거나 잠정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의 컴퓨터에 모두 저장되어 관리가 된다. 즉, 동일한 거래 장부 내지 증명서를 모든 사람이 나누어 보관하고 있는 형태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장부를 조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더욱 높은 신뢰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 역시 중앙정부가 중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해야만 신뢰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존 방식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중앙정부가 모든 장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참여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위조, 변조, 누락 등으로 인한 신뢰체계 붕괴가 유발되기 쉬워진다. 특히 세계가 단일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간 거래 등이 더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정 중간관리자 한 기관의 역할만으로는 신뢰체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에 더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도 이전에 우리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과 신제품, 신규 서비스가 매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전부 중앙정부 차원에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지침을 적시성 있게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많은 기업과 시장 참여자가 블록체인 기술에 더더욱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 듯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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