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 줄서서?..샤넬 닮은 테슬라 '값질' 1500만원↑, 제발 품질도 값지게 [왜몰랐을카]

최기성 2021. 11. 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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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동안 벌써 5차례 가격변동
보조금 필요할 땐 '5999만원'
값질 넘어 '갑질' 지적도 나와
값 말고 품질 '값지게' 높여야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차량 [사진출처=연합뉴스, 테슬라]
자동차업계 샤넬인가?

테슬라 차량 가격은 고무줄이다.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명픔 브랜드 샤넬의 '값질'처럼 가격을 수시로 올렸다.

전기차 보조금이 필요할 땐 갑자기 내렸지만 수요가 폭증하자 다시 인상했다. 대신 품질과 서비스는 값지지 않다. '값질'을 넘어 '갑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 모델3, 2년만에 820만원 비싸져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가격 [사진출처=테슬라 홈페이지]
20일 테슬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3 가격은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가 6059만원, 퍼포먼스가 7939만원이다. 지난달보다 200만원 비싸졌다. 롱레인지는 5999만원으로 같지만 지금은 살 수 없다. 내년부터 구입할 수 있다고 공지됐다.

모델Y 가격도 올랐다. 롱레인지는 7899만원, 퍼포먼스는 8599만원으로 역시 200만원 인상됐다.

모델X 롱레인지는 올 1월 1억2499만원에 출시됐지만 현재 1억3999만원이다. 1년도 지나지 않아 1500만원 비싸졌다.

테슬라가 가격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지난 2019년 출시된 뒤 5번 인상됐다. 출시 당시 가격은 5239만원이다. 2년 만에 820만원 비싸졌다.

모델Y 롱레인지도 올해 2월 6999만원에 출시됐다. 9개월 만에 900만원 인상됐다.

테슬라 모델X [사진출처=테슬라]
업계는 테슬라가 가격을 내렸다 다시 올린 이유에 대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이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샤넬처럼 테슬라는 '팬덤'도 형성했다. 살 사람도 줄섰다는 말이 나온다.

차량용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부족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 해당하기에 설득력은 떨어진다.

보조금 필요할 땐 반짝 내리기도
테슬라 모델Y [사진출처=테슬라]
테슬라가 '항상'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 올 2월1일에는 모델3 가격을 갑자기 내렸다.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5479만원, 롱레인지는 5999만원, 퍼포먼스는 7479만원으로 책정했다.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와 퍼포먼스는 기존과 가격이 거의 같지만 롱레인지는 480만원 인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초 6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는 보조금 100%(최대 800만원)를 준다고 발표했다.

6000만원 이상~9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는 50% 기준으로 전비와 운행거리 등을 감안해 40~60% 차별 적용한다. 9000만원 이상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자동차업계는 보조금을 노린 테슬라의 '999' 가격 책정에 혀를 내둘렀다. 1000원짜리 제품을 990원에 내놔 가격차이인 10원보다 더 싸다는 효과를 일으키면서 더 비싼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미끼 상술 '990 마케팅'을 자동차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심한 '999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5900만원, 5990만원, 5998만원이 아닌 5999만원으로 책정했다.

보조금은 다 적용받으면서 '몇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5999만9999원이 아닌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보조금 싹쓸이 하며 흥행가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테슬라 모델3,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출처=테슬라, 기아, 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이 나오기 전 보조금을 노린 테슬라의 전략은 또 성공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보조금 덕분에 성장세를 달렸다.

보조금은 테슬라 판매실적을 좌우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통계를 산정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1만1826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386% 폭증했다.

보조금 대상인 모델3 판매대수는 1만1003대에 달했다. 10대 중 9대 이상이 모델3 몫이었다.

모델3 판매대수는 올 1~2월 15대에 불과했다. 판매 부진 이유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조금 규모는 환경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연초 결정한다. 올해는 지난 1월21일 확정됐다.

모델3는 보조금 지급 시기에 딱 맞춰 배를 타고 한국에 대량 상륙했다. 3월 등록대수는 3186대에 달했다.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벤츠 E클래스(3346대)에 이어 2위를 달성했다.

값 아니라 품질·서비스 '인상' 지적도
테슬라 모델3 [사진출처=테슬라]
이번 가격 인상을 두고 테슬라가 '품질 인상'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혁신 고수'이지만 '품질 하수'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과 달리 혁신보다는 품질과 안전에 중점을 둬 개발해야 한다. 품질과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차량은 탑승자나 보행자를 해치는 '달리는 흉기'가 된다.

미국 방송사 CNN은 지난해 1월 총 127대 테슬라 차량에서 의도치 않은 가속 문제가 발생, 110건에 달하는 사고가 생겼고 5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품질 문제로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정보회사 JD파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연례 초기품질지수(IQS)에서 처음으로 조사대상이 된 테슬라 차량은 100대당 250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평균은 166건으로 테슬라가 주요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낙제점 수준이다.

테슬라 모델3 내부 [사진출처=테슬라]
국토교통부도 지난 18일 테슬라 차량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으로 시정조치(리콜)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모델3와 모델Y 165대에서 앞바퀴 현가장치(서스펜션) 내 고정볼트 체결 불량이 확인됐다. 부품이 차체에서 분리되면 주행 중 조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다.

리콜 시정 완료율도 떨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리콜이 시작된 모델S는 9월까지 70.9%만 시정 조치가 끝났다.

지난 6월 브레이크 고정장치 문제로 리콜이 시작된 모델3도 수리가 완료된 건 67.8%에 불과했다.

올해 10월까지 테슬라 차량과 관련해 접수된 결함신고는 총 123건이다. 작년보다 약 9배 증가했다.

머스크도 '품질 문제' 인정, AS도 문제
테슬라 충전 장면 [사진출처=테슬라]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조차 품질 문제를 인정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자동차 해부 전문가인 샌디 먼로의 팟캐스트 '먼로 라이브'에 출연해서다.

먼로는 머스크에게 모델3 품질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먼로는 모델3 외부 패널과 페인트 작업 사이의 고르지 않은 간격 등을 지적하며 "(테슬라가) 어떻게 이걸 출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머스크는 "당신의 비판이 정확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테슬라는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생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문제를 점점 더 빠르게 발견하고 있다"며 "(문제를) 미리 알고 있다면 미리 고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프터서비스도 문제다. 테슬라 공식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8곳 밖에 없다. 수리나 점검하기 위해선 오래 대기해야 한다. 리콜 처리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 [사진출처=연합뉴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테슬라는 온라인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기에 유통 비용이 적게 든다"며 "그러나 별다른 설명없이 가격을 올렸다가 보조금이 필요할 땐 다시 내리고 잘 팔리면 또다시 올리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기차협회장은 아울러 "한국에서 막대한 이득을 거둘 수 있게 도움을 준 구매자에게 필요한 애프터서비스 확충에도 소극적"이라며 "고용창출 효과도 적고 사회공헌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기업윤리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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