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문학경기의 나비효과..2021 가을 풍경 만든, '결정적 4경기'
[스포츠경향]
10월27일 문학 두산-SSG전이 끝나고 오후 10시께. 스카이박스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정용진 SSG 구단주와 민경삼 구단 대표이사 등이 답승한 공간이었다. 정용진 구단주는 통산 400홈런을 때린 간판타자 최정에게 순금(60돈) 메달을 선물하기 위해 이날 문학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구단 주요인사들의 퇴근 길에는 아쉬운 여운이 없을 수 없었다.
SSG가 치명적인 1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날 경기 결과가 올해 가을야구 전체 흐름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가을야구 풍경을 만든 ‘결정적 4경기’가 있다.
①10.27 SSG-두산전
이날 경기 전까지 SSG는 두산에 0.5게임차 뒤져있었다. 그러나 잔여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두산과 주중 2연전을 모두 잡는다면 4위를 사실상 굳힐 수 있었다. SSG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선발 윌머 폰트가 앞서 두산전에 4경기에 나와 3승무패 평균자책 0.64를 기록하며 피안타율 0.164의 짠물 피칭을 했다. 두산 선발은 올시즌 30경기 등판 중 5경기에만 선발로 나와 2승3패 평균자책 6.40을 기록하던 김민규로 시작부터 경기는 기운 듯 했다.
그러나 경기는 반대로 갔다. 4회 SSG는 수비 실책 등이 겹치며 무려 6점을 내줬다. 양 팀 벤치의 생각과도 완전히 다른 양상의 경기가 전개된 끝에 두산은 8-5로 승리했다. SSG는 샘 가빌리오를 선발로 낸 다음날 두산전을 잡았지만, 전날 패전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와일드카드마저 놓쳤다. 반대로 두산으로서는 가을야구에서 한국시리즈까지 달릴 수 있던 발판이 된 경기였다.
②10.31 대구 1위 결정전
한국시리즈보다 더 뜨거웠던 경기다. KT와 삼성은 79승9무59패로 동률을 이루고 대구에서 단판승부로 정규시즌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다퉜다. 이 경기는 두 팀의 정규시즌 순위뿐 아니라 가을의 운명까지 갈랐다.
KT의 1-0 승리. 이틀만 쉬고 나온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7이닝 1안타 무실점 괴력투 등이 줄기차게 회자됐다.
100경기 같은 1경기였다. KT는 이날 경기로 승리로 성취감을 가져갔다. 삼성은 가을야구에서의 반격을 다짐했지만, 상실감이 컸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만나 허무하게 2패를 당한 것도 이날 패전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반대로 이강철 KT 감독은 “1위 결정전을 치르며 우리팀이 더욱 강해졌고 큰 경기에 대한 적응력이 생겼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③11.7 준플레이오프 3차전
1승1패로 만난 LG와 두산. 두산은 김민규를 선발로 올린 뒤 이영하와 홍건희 바로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마운드 높이에서 LG가 유리해 보였다. LG는 선발 임찬규 이후로 앤드류 수아레즈까지 대기시켜놓은 상태였다.
초중반까지 균형을 유지하더라도 LG에 승산이 많은 경기. 그러나 3회 한 장면이 전체 경기 흐름을 갈랐다. 3회 1사 2루에서 임찬규가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의 눈높이로 던지려던 유인구가 그만 치기 좋을 만큼 가운데 높은쪽으로 향했다. 실투가 된 146㎞짜리 직구는 우월 투런홈런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10-3으로 완승했다. 두산의 도박 같은 불펜 야구가 집중 조명되기 시작했다.
④11.15 한국시리즈 2차전
한국시리즈는 4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KT가 두산의 오름세를 완전히 누르고 전체 흐름을 가져간 것은 2차전이었다.
두산이 1회초 시작과 함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든 경기. 안타 1개면 흔들리던 KT 선발 소형준을 벼랑으로 몰아붙일 수 있던 상황에서 때마침 나온 호세 페르난데스가 총알 같은 타구를 쳐냈다. 그러나 안타성 타구는 몸을 던진 KT 2루수 박경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선취득점에 무사에 찬스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병살타로 돼버렸다. KT 6-1로 경기를 잡았다.
김태형 두산은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총평하며 “1,2차전에서 흐름이 막혔다. 맥이 끊겼다”고 했다. 바로 이 장면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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