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숨쉬기도 힘든 그곳에 '마추픽추' 새관문..'팀코리아'가 세운다
페루 쿠스코 구도심의 중심인 아르메스 광장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시간 정도를 달렸다. 95~100%가 정상 수치인 혈중산소 포화도는 어느새 82%까지 떨어졌다. 해발 3800m 가까이 올라오자 차창 밖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산등성이는 저멀리 사라지고 드넓은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소가 부족해 숨 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고산지대의 평원에서 소떼와 양떼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초원 바로 옆에는 십여대의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쿠스코 신공한 건설 현장이다. 지구 반대편 신공항 건설의 토목공사를 우리 기업, 현대건설이 맡아서 진행 중이다.
"이곳이 쿠스코 친체로 신공항이 건설될 곳입니다. 대부분이 산악지대라 공항을 조성하기 어려운 여건인데 이곳만 신기하게 산꼭대기에 드넓은 대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초원 옆 흙이 그대로 노출된 곳이 공항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대건설 관계자)
쿠스코는 과거 잉카 제국의 수도다. 쿠스코는 케추아어(잉카제국 언어)로는 배꼽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잉카 사람들은 이곳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잉카 제국의 찬란한 문명을 대표하는 마추픽추를 보기 위한 여행자들은 모두 이곳 쿠스코를 통해야 했다.
오늘 날 이 배꼽(쿠스코)을 통하는 관문공항은 '알레한드로 벨라스코 아스테테 공항'이다. 하지만 아스테테 공항은 너무 낡았고 시설은 관광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형적 제약으로 인해 국제선 운영도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마추픽추를 방문하려고 하는 경우 미국이나 네덜란드를 경유해 페루의 리마에 도착한 뒤 쿠스코행 국내선으로 갈아타야만 하는 이유다. 페루 이외의 지역에서 마추픽추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번은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쿠스코 주정부와 주민들은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왔다. 매번 무산되다 19일(현지시간) 약 40년만에 신공항 추진을 위한 첫삽을 떴다.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페루 마추픽추의 관문공항 역할을 하게될 친체로 신공항 건설사업 본사업 착공식이 열린 것이다. 페루 친체로 신공항은 오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체로 신공항 건설사업은 한국 민관 협력 컨소시엄인 '팀 코리아'(한국공항공사·도화엔지니어링·건원엔지니어링·한미글로벌 등)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건설하는 대한민국과 페루의 국가 간 사업(G2G)이다.
통상 해외 주요 건설사업에서 한국업체들은 설계와 부품·자재조달, 공사 등을 수행하는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형태로 참여해 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사업이나 삼성물산이 참여해 관심을 끌었던 829.84m 높이의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도 EPC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번 한국공항공사를 필두로하는 팀코리아는 친체로 신공항 건설사업의 PMO(Program Management Office·사업총괄관리) 계약을 따냈다. PMO는 발주처를 대신해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계약관리와 사업의 공정·품질관리, 설계 검토, 시운전 등 사업 전반을 총괄관리하는 역할이다. 한국 정부가 해외 인프라 분야에서 PMO 계약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공항공사 컨소시엄이 발주처인 페루 정부를 대신해 시공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공정관리는 물론 시운전까지 모두 진행하다 보니 국내 기업이 페루로 동반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페루HV와 함께 부지조성공사를 수주했고 신공항 건설 시공사로도 선정됐다. 부지조성공사는 약 1600억원 규모이며 본공사는 약 5400억 규모다.
현대건설은 연간 570만명 수용이 가능한 국제공항 터미널 및 활주로, 관제탑, 계류장 등을 설계 디자인과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47개월만에 완공할 계획이다.
후안 프란시스코 실바 비예가스 페루 교통통신부(MTC) 장관은 이날 착공식에서 "친체로 신공항은 100만명 이상의 사람에게 혜택을 줄 것이고 직·간접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한해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게돼 지역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문화유산 마추픽추와 세계를 연결하는 하늘길이 대한민국과 한국공항공사의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며 "안전한 공항 건설과 공항운영 기술 공유, 시운전 등의 사업관리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남미 지역 및 글로벌 해외사업 진출의 시금석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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