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유격수가 마차도..롯데 더딘 프로세스, 이학주와 연결되는 이유

조형래 2021. 11. 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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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차도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롯데 자이언츠 40년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누구를 떠올려야 할까.

롯데의 유격수하면 딱히 떠오르는 선수가 없다. ‘스탯티즈’에 의하면 공수를 합친 종합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 유격수 1위는 SSG 김민재 코치로 10.17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에서 11시즌을 뛰고 만든 기록이고 ‘기록상’ 대표 유격수다. KT 박기혁 코치(3.96), 롯데 문규현 코치(2.10) 등이 롯데 내야의 사령관을 맡기도 했지만 구단 대표 유격수로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롯데는 토종 유격수 육성에 애를 먹었다.

그런데 2020시즌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은 마차도는 단 2시즌 만에 이를 따라잡았다. 종합 WAR은 7.80. 2년을 뛴 외국인 유격수가 40년 구단 역사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됐다.

이제 마차도를 빼고 롯데 내야를 논하기 힘들다. 수비는 견고했고 공격도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44경기 타율 2할8푼 12홈런 67타점 OPS .778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1+1년 계약을 맺었다. 구단이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올해 역시 수비는 여전히 견고했다. 그러나 타격 생산력이 떨어졌다. 타율 2할7푼9리 5홈런 58타점 OPS .719의 기록.

구단은 마차도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눈에 보이는 수비 퍼포먼스는 물론 투수진이 보내는 무한한 신뢰는 기록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다. 주저 없이 재계약 옵션을 행사해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마차도가 외국인 타자라는 것. 외국인 타자에게 연상되는 파괴력이 마차도에게는 없다. 국내 선수가 유격수에 자리 잡고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가 포진하는 게 구단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그림이다. 사직구장 확장으로 장타 치는 외국인 타자의 가치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타격 생산성은 마차도보다 높고 수비력 갖춘 중견수 외국인 타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뜬공 혁명’이 절정으로 향하며 외야 수비도 중요해졌다. 외야 FA 영입을 고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

마차도가 계속 주전 유격수를 맡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다시 선뜻 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강로한, 신용수 등 많은 유격수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외야로 전향했다.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도 투수 쪽에 집중됐다. 만약 마차도가 존재하는 동안 국내 유격수 육성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롯데의 선택지는 보다 넓어질 수 있었다. 

성민규 단장이 자리에 앉은 뒤 유격수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시카고 컵스 유망주 캠프에 배성근을 보냈다. 차기 주전 유격수 재목으로 평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유격수로 입단했지만 벌크업 이후 3루와 2루가 주 포지션이 된 김민수 역시 다시 유격수 수업을 받았다. 배성근은 지난해 2군에서 풀타임 유격수를 소화하면서 차근차근 1군 진입을 준비했다. 김민수도 2루와 유격수, 3루수를 번갈아 가며 맡으며 미래를 대비했다.

롯데 배성근 /OSEN DB

그러나 선수단 원활한 교류가 진행되지 않았다. 배성근은 올해 초반 마차도가 헤드샷 부상을 당한 뒤 공백을 채우는 듯 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당시 마차도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도 않았다. 배성근에게 기회가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후반기 연이은 더블헤더로 의도치 않은 '쇼케이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배성근은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토종 유격수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당장 이번 드래프트에서 한태양, 김세민, 윤동희, 김서진, 김용완 등 유격수 신인들을 대거 뽑았지만 1군 안착은 먼 미래의 얘기다. 

결국 롯데는 최근 트레이드 매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삼성의 이학주가 가장 필요한 구단으로 떠올랐다. 이학주는 데뷔 이후 언제나 삼성의 루머가 돌았다. 특히 시카고 컵스 시절 성민규 단장과의 인연으로 롯데와 꾸준히 연결됐다.

메이저리그급 수비 능력을 갖춘 이학주는 2019년 데뷔시즌 118경기 타율 2할6푼2리 7홈런 36타점 OPS .701의 기록을 남겼다. 커리어 하이였다. 지난해 64경기, 올해 66경기 출장에 그쳤다. OPS는 .654, .612에 그쳤다. 무엇보다 '워크에씩'이 문제로 부각되며 기회를 받지 못했다. 약점이 드러난 가치는 바닥인 매물이다. 그렇다고 삼성은 “헐값에는 내줄 수 없다”는 기조다.

환경이 변하고 달라진다면 이학주는 틀림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냉정히 말해 올해 이학주의 생산력은 배성근과 엇비슷하다. 롯데가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학주를 데려올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야심차게 시작했던 마차도 이후를 위한 육성 프로세스가 더디게 흘러가면서 미래 플랜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마차도와 재계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년에도 육성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면 똑같은 논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내년에도 똑같은 '이학주 논쟁'으로 비시즌이 뜨거워질 수 있다. 단순히 올해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jhrae@osen.co.kr

삼성 이학주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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