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물려받고, 자식들 등 돌리면 어쩌죠"..'효도사기' 금융상품 '불티'

류영상 2021. 11. 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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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 서울에 거주하는 A씨(75세)는 본인 소유의 아파트값이 치솟아 '세금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가 최근 결단을 내리고, 본인 소유의 집을 자식들에게 모두 증여했다. 그런데 등기 이전을 마치자 "번갈아 아버지를 모시겠다"던 자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씁쓸해 하고 있다.

이 같이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효도사기'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꼬집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아파트 등 재산을 넘겨주고 나니, 자녀들의 태도가 소원해지거나 자녀끼리 재산 다툼이 많아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에 서울 강남 등 부촌을 중심으로 '증여신탁' 관련 금융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탁(信託)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뜻의 금융상품이다. 고객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사에 돈이나 예금,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맡기면 운용·관리·처분해주는 일종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다.

은행이나 자산관리사, 증권사 등을 통해 가입하는 증여신탁은 자녀에게 부동산 등을 증여하되 금융사와 신탁계약을 맺어 부동산 자산을 관리케 하는 것이다. 즉 신탁을 부모가 자산운용을 할 수 있게 설정, 재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세금은 아끼는 재테크 전략인 셈이다.

[사진 = 매경 DB]
이러한 증여열풍으로 신탁 시장 규모는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은행 신탁 수탁액은 496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원 늘었다. 은행 신탁 수탁액은 2017년 376조원에서 2018년 435조원으로 증가한 뒤 2019년 480조원, 2020년 492조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신탁 대상 범위를 토지 등 비금융자산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금융권의 신탁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여신탁을 맺은 위탁자(부모)는 생전에 언제든 계약 조건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면서 "부동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재산을 탕진하는 것도 사전에 막을 수 있어 관련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엔 신탁이 주로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요즘은 다양한 신탁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어 개인별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파트값 치솟고·세금 폭탄에 증여 '열풍'

서울 강남 등 부촌지역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부동산을 증여하는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연간 아파트 증여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총 9만1866건)의 1∼9월 증여 건수(6만5574건)에는 못미치지만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사진 = 연합뉴스]
종부세와 양도세 등 세금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지만 내 집 마련을 못한 자식에게 물려준 경우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증여 열풍이 부는 것은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다주택자의 양도세와 종부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다주택자에 대한 최고 양도세율은 지난 6월부터 기존 65%에서 75%로 올랐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율이 무려 82.5%에 이른다. 또 이달 고지될 종부세도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지난해 0.6∼3.2%에서 올해 1.2∼6.0%로 크게 늘어 부담이 사상 최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해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높이는 상황이라 전문가들은 상당기간 증여 열풍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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