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김윤호군 시신에 남겨진 멍자국, 자해일까 시설학대일까(종합)

박수인 2021. 11. 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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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김윤호군 시신에 남겨진 멍자국은 왜 생긴 걸까.

11월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던 김윤호 군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6월 5일, 전라남도 화순에 위치한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던 김윤호 군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시설 관계자들은 윤호 군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윤호 군은 중증의 지적장애, 발달장애를 앓아온 아이였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 외 건강 이상은 없었지만 커가면서 자신의 기분을 자해 행동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윤호 군 부모는 크게 다치지 않을까 지난해 2월, 화순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 맡겼다.

가족들은 응급실에 입원한 아들의 몸 곳곳에서 멍과 상처들을 확인했다. 가족들은 아들의 몸에 남은 상처들을 보고 학대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들은 "그 전에 찾아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 달 만에 그런 멍과 상처들이 생겼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양쪽 무릎이 짓물리도록 그렇게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이렇게까지 자해를 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설 관계자는 "하늘에 맹세코 윤호를 때리거나 어떻게 가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윤호 얼굴에 멍이 많이 들었는데 저희가 때려서 그렇게 된 건 아니라는 걸 (경찰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윤호 군의 자해 행동이 사망 전 심해졌다고 한다.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 당일, 윤호 군은 평소보다 늦잠을 잤다. 관계자는 점심도 거의 먹지 않고 낮잠을 자던 윤호 군을 깨워도 반응이 없어 병원으로 데려갔을 뿐, 의식을 잃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시설 내부에는 CCTV가 없어, 평소 윤호 군이 어떻게, 어느 정도 수위로 자해를 했는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

부검 결과, 윤호 군의 사인은 불명으로 나왔다. 법의학적으로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다는 것. 낮잠을 자다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됐다는 윤호 군 죽음의 원인은 무엇일까.

시설 사무국장이자 설립자 셋째 아들은 "(윤호 군) 스스로 긁고 때리고 몸, 머리를 박았다. 오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시설 관계자들이) 때린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고 주장하며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시설 측은 당시 위급상황에서 6개 문을 통과해가며 윤호 군을 옮겼다. 신발을 신고 벗기를 두 차례 반복해야 하는 이동 경로였다. 윤호 군 가족들은 "왜 넓은 데를 놔두고 뒤쪽을 뱅 돌아서 이동했는지 모르겠다. 방에서 나온 건지 다른 장소에서 있다가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시설 측은 윤호 군의 무릎 안쪽 상처에 대해 "앉거나 잘 때 생긴 습관 때문에 생긴 상처"라 주장했다. 평소에 양쪽 종아리를 바깥으로 하고 꿇어앉는 일명 ‘개구리자세’ 혹은 ‘W자세’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생긴 상처라는 것.

조선대 법의학교실 김윤신 교수는 "무릎 안쪽이 뭔가 딱딱하면서 평평한 어떤 면에 오랫동안 맞닿아 있으면서 생기는 상황이다. 그 시간이 꽤 길어야 될 것 같다. 하루 한 두 시간, 서너시간씩 그 자세로 고정돼있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상처가 대칭이 아니다. 비대칭이 되면 기형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5년, 10년 또는 그 이상 ‘W자세’가 습관화된 사람들을 취재했으나 W자세로 인한 상처의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십여 명에 달하는 각 분야 의료진의 자문, 상처의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메디컬 일러스트와 3D모델링 작업, 신체 곳곳에 상처가 생길 여러 가능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압박으로 인한 질식의 가능성이 있지 않나 추정해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시설 설립자 강 목사의 첫째 아들 강철민(가명) 씨는 윤호 군이 사망하던 열흘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결백을 호소하며 장문의 유서를 남겼다. 강철민 씨 지인은 "자기의 잘못이 아니어도 죄의식을 갖는 성격이 있긴 하다"고 전했다.

하늘에 맹세코 학대는 없었다는 시설의 주장과 달리, 학대 피해자 가족과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학대 피해자 가족은 "아빠의 상처가 짓물러져 있었다. 변기가 깨졌는데 아버지 스스로 한 거라고 하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전 시설 근무자는 "애들이 너무 불쌍했다. 밥도 사람밥이 아니라 개밥이다. 그런 거 보면 눈물난다. 화장실 들어가면 바닥에 소변이 있다. 그러면 (강목사와 설립자 아내가) 질질 끌고 나와서 사정없이 때린다. 그 사람들 때문에 먹고 사는데 그렇게 함부로 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윤호 군의 몸에서는 먹어야 하는 약 일부가 빠져있었고 처방되지 않은 약이 발견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눌러주는 약은 몇 개가빠지고 감정적인 에너지를 높여주는 약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에너지가 올라왔을 수 있다. 그러한 약 때문에 오히려 악화됐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설립자 강 목사는 윤호 군의 죽음 이유, 처방되지 않은 약 성분이 발견된 이유에 대해 "법에서 판단할 상황이고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렵다. (약을 먹인 며느리에게) 어떻게 확인을 하냐"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시설 측은 서면을 통해 처방하지 않은 약 성분이 몸 안에서 발견된 것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몸 속에 다른 약 성분이 발견될)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추측에 의해 단정적으로 보도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 부탁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은 처방되지 않은 약 성분을 포함해 윤호 군 사망사건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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